이인제 매수자금이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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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민련 이인제 부총재(사진)가 2002년 대선 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 측으로부터 2억5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소환될 것이란 검찰 발표에 정치권이 술렁대고 있다.

李부총재가 李후보 지지를 대가로 거액을 받았다면 도덕성과 정치생명에 치명상을 입게 된다. 사법처리는 물론이다. 정계를 은퇴해야 하는 극한상황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더구나 검찰 측 얘기대로라면 돈을 받은 시점이 민주당을 탈당하고 자민련에 입당할 무렵이어서 매수자금이 아니냐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李부총재는 혐의 내용을 전면 부인했다. 李부총재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盧정권이 나를 중상모략하고 있다"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김윤수 전 특보나 한나라당 관계자들 사이에 무슨 일들이 있었는지 보지도 듣지도 못했기 때문에 나는 아무것도 아는 게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말했다. 그는 "盧정권이 벌이는 이 치졸한 정치보복에 맞서…모든 것을 바쳐 투쟁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돈 전달자로 지목된 이병기 전 한나라당 총재특보는 "김영일 선대본부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전달했지만 불법자금인지는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李부총재는 민주당 대선후보 자리를 놓고 노무현 대통령과 대결을 벌였던 사이다. 당시 盧후보는 '이인제 대세론'을 꺾으면서 '노무현 돌풍'을 일궈 후보 자리를 따냈고 李부총재는 중도에 경선을 포기했다.

그러다 대선이 한창이던 2002년 12월 1일 盧후보의 이념과 성향을 문제삼으며 민주당을 전격 탈당, 이틀 뒤 자민련에 입당했다. 그때 李부총재는 회견에서 "급진세력에 나라를 맡기면 혼란에 빠진다"며 盧후보를 비난하고 우회적으로 이회창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

자민련에 입당한 뒤에는 당론으로 이회창 후보를 공개 지지하자고 주장했다. 이 바람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자는 김종필 총재와 갈등을 겪었다.

李부총재는 盧대통령의 라이벌이었다는 점에서 향후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우선 야당은 "총선을 앞둔 흠집내기"라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나라당 배용수 부대변인은 "진의는 알 수 없으나 검찰이 한꺼번에 밝힐 수 있는 사안을 찔끔찔끔 흘려 총선을 앞둔 한나라당에 흠집내기를 하고 있다"며 "이는 검찰이 정권의 하수인임을 다시금 입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돈을 건넸다면 명백한 정치공작"이라며 "자세한 사실관계를 확인한 이후 당의 입장을 밝히겠다"고 신중론을 폈다.

반면 열린우리당의 박영선 대변인은 "불법대선자금 수사에 성역이 있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정민.김선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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