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취재일기

김신일 부총리 뭐 하시는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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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절인 25일 많은 교육인적자원부 직원이 아침부터 서울 세종로 정부 중앙청사로 출근했다. 24일 수능 물리Ⅱ 복수 정답 인정으로 비상이 걸린 대입 담당 대학지원국은 물론 일반 부서 직원들도 휴일을 반납했다. 얼굴은 모두 굳어 있었고 분위기도 썰렁했다. 공무원 A씨는 "이렇게 망신을 당해 본 적이 없다. 교육부 직원이라는 게 정말 창피하다"고 했다. B씨는 "차기 정부가 교육부를 없앤다는 말이 나오는데도 부총리는 아무 말도 않고, 교육부에 대한 신뢰마저 곤두박질했으니 일할 맛이 나겠느냐"며 한숨을 쉬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간부는 "수능 직후 이의신청 기간에 물리Ⅱ 정답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을 때 수험생 입장에서 신속히 대처했으면 이렇게까지 엉망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교육부는 지금 리더도 없고, 직원들도 갈팡질팡하는 총체적 위기"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신일 교육부총리와 국.실장들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책임을 돌리고 스스로는 문제 해결 노력을 보이지 않는 것을 꼬집는 얘기다.

김 부총리는 정답 번복으로 혼란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날 오후 청사를 찾아 상황 보고를 받았을 뿐 등급제 수능 혼란과 물리Ⅱ 오답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나 코멘트는 없었다. "교육부가 안일하게 발뺌만 해 혼란을 더 키웠으니 김 부총리가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는 것을 모르는지 헷갈릴 정도다.

김 부총리가 직접 수능성적 발표일 조정 브리핑을 했던 11월 29일 보였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다. 당시 그는 "첫 수능 등급제 시행에 따른 수험생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평가원에 요청해 수능성적 발표일을 당초 예정(12월 12일)보다 5일 앞당긴 것"이라며 생색 내기에 급급했다. 또 "논술지도를 강화해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자화자찬도 했다. 하지만 1점 차이로 등급이 갈려 혼란을 빚고 있는 등급제 수능과 '물리Ⅱ 파문'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교육 정책의 수장이라면 당연히 고통을 겪는 1989년생 수험생들에게 사과도 하고, 직원 동요도 막아야 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 측에서 교육부를 절반으로 줄인다고 할 때 김 부총리를 포함한 고위 간부들이 뭐라고 변명할지 궁금하다.

양영유 사회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