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그런 것 말할 때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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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당선자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오전 시간을 아이들과 함께 보냈다. 그는 서울 응암동에 있는 여자 어린이 50여 명이 사는 아동복지시설 선덕원을 찾았다. 이 당선자는 산타클로스 차림으로 들고 간 선물 꾸러미를 풀어 아이들에게 나눠주고 함께 캐럴을 불렀다. 이 자리에서 초등학교 5학년 이정민 어린이는 "어떻게 하면 대통령이 될 수 있나요"라고 묻기도 했다. 이 당선자는 "얘들아, 그건 비밀이다. 비밀을 알려줘 모두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겠니"라는 대답으로 아이들을 즐겁게 했다. [사진=국회사진기자단]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24일 '당권·대권 분리' 문제와 관련, "현재의 (한나라당) 당헌.당규가 잘 정리돼 있는 것 같다"며 "고치는 것은 앞으로 얘기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12월 25일자 4면 보도)

21일 친(親)이명박계인 박희태 전 국회부의장이 '당권. 대권 분리 규정을 고쳐야 한다'는 취지로 발언한 것을 염두에 둔 것이다. 이로써 강 대표와 박근혜 전 대표 측의 반발로 고조됐던 당내 긴장은 일단 해소됐다. 이 당선자가 내년 총선 공천에서 당 주도권을 원칙적으로 인정했기 때문이다.

이 당선자는 이날 당선 후 강재섭 대표와의 첫 회동에서 "당헌.당규와 같은 규정이 아무리 좋아도 결국 사람과 운영이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과 운영이 잘 될 수 있도록 당.청(※청와대를 의미)이 협력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당선자와 강 대표는 당선자 집무실인 서울 통의동 금융감독연수원에서 1시간 동안 '크리스마스 이브 회동'을 했다. 두 사람은 '당.청의 유기적 관계 유지' 원칙에 합의했다.

이 당선자와 강 대표는 또 수시로 만나기로 합의했다. 이 당선자는 "취임 뒤에도 주례회동 같은 정례회동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당선자는 강 대표가 "청와대 정무수석 비서관을 부활하는 게 어떻겠느냐"고 제안하자 "긍정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답해 청와대 정무기능 강화에도 뜻을 같이했다. 정무수석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 뒤 얼마 있다 폐지했다. 다음은 주요 발언 요지.

▶이 당선자="신문을 보니 우리가 공천 문제 때문에 뭐 어떻다 해서 깜짝 놀랐다. 우리 당이 그런 것 말할 때가 아니다."

▶강 대표="현재 당헌.당규에 당.청 간 관계가 잘 정리돼 있다. 대통령은 국정을 수행하는 데 당의 정강정책을 반영하고, 당은 대통령을 보좌하는 것이다. 당.청은 공동책임을 지게 돼 있다. 그게 당헌.당규에 잘 나와 있고 그대로 하면 될 것이다."

▶이 당선자="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의 차떼기당 이미지가 완전히 날아갔다. 이렇게 돈 안 쓰는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강 대표="그렇다. 10원도 안 줬는데…. 돈 안 쓰니까 표가 더 나왔다."

두 사람은 회동 후 임태희 전 후보비서실장, 박재완 대표비서실장, 박형준.나경원 대변인, 주호영 의원 등 배석자를 모두 물리치고 10여 분간 단독으로 만났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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