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지도자도 자격증 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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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필기 시험과 이론 및 실기 수업. 저녁식사 후에는 다음 날 있을 발표 준비.

 입술은 부르텄고 잠도 충분히 잘 수 없었다.

 그렇게 9주간의 교육을 마치고 최종 시험까지 합격한 사람만이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인정하는 ‘P급(최상급) 지도자’가 될 수 있었다.

 22일 파주트레이닝센터(NFC)에서는 ‘AFC P급 지도자 수료식’이 열렸다. 교육과정에 참가한 23명 중 16명이 이 자격증을 획득했다 . 박태하 포항 코치, 김봉길 전남 코치, 이우형 국민은행 감독, 김종건 울산대 코치, 서동원 창원시청 코치 등이 그들이다. 이로써 국내에는 기존 7명과 함께 총 23명이 P급 지도자가 됐다. 참가자는 프로팀 코치나 중·고교 및 실업팀 축구 감독들.

 축구 감독·코치들 사이에 자격증 열풍이 불 조짐이다.

 AFC가 2010년부터 연맹 주관 대회에 ‘P급 라이선스’가 없는 지도자는 벤치에 앉을 수 없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K-리그 감독들도 예외가 아니다.

 P급 라이선스를 갖고 있지 않으면 2010년부터는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경기 등에 나설 수 없다.

 그러나 P급 자격증을 따기란 쉽지 않다. NFC에서 열리는 P급 교육과정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아래 인 C->B->A등급을 차례로 이수해야 한다. 이후 2년마다 한 번씩 개설되는 P급 과정을 기다려야 한다.

 P급 과정은 하루 종일 수업과 시험이 반복된다. 시험에 통과하지 못한 사람은 중도 탈락한다. 그러다 보니 교육이 끝난 오후에 잠시 짬을 내 맥주 한 잔 마시는 여유는 꿈도 못 꾼다. 숙소는 늦은 밤까지 불이 꺼지지 않는다. 장연환 축구협회 기술교육국 부장은 “교육생들의 경쟁이 치열해 말을 시킬 수도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P급 자격증을 획득한 참가자들은 하나같이 “큰 도움이 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에 자격증을 획득한 김봉길 코치는 “형식적인 강의가 아니라 철저한 평가를 통해 자격증이 주어졌다”며 “그동안 지도자 생활을 하며 부족한 점을 체계적인 이론 공부로 채울 수 있었다”고 했다.

 교육과정을 총괄하고 있는 조영증 축구협회 기술교육국장은 “현장에서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좋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이론을 접목할 필요가 있다”며 “앞으로 10년 안에 자격증이 없는 지도자들은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자격증제 왜 하나=영국축구협회(FA)는 프리미어리그 지도자의 요건으로 ‘유럽축구연맹(UEFA) 프로(P) 라이선스가 필요하다’고 못 박고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과 대륙별 연맹이 지도자 자격 요건을 강화하는 것은 지도자의 자질을 높이고, 품격 높은 축구를 유도하기 위함이다. 지도자들은 교육과정을 통해 선진 코칭법뿐 아니라 경기장에서의 매너, 미디어 대응법 등도 배운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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