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황세희의몸&마음] 행복지수 높이는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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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현 정권에 대한 국민적 심판이 막을 내렸다.

 지금, 2위 후보를 500만 표 이상의 격차로 따돌린 당선자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남녀노소, 부자·중산층·서민·빈곤층을 막론하고 두려울 만큼 크다.

 기업가는 규제 완화를, 실업자는 ‘안정된’ 일자리를 꿈꾼다. 의료계는 의료수가의 합리적 개선을, 환자들은 의료 혜택이 확대되기를 희망한다. 고가 주택 소유자들의 세제 완화 기대는 벌써부터 강남 부동산 값을 들썩이게 하고, 균형 발전을 기대하는 강북 주민의 마음은 상기돼 있다. 물론 무주택자의 저렴한 주택 공급에 대한 바람도 크다.

 이처럼 다양한 국민적 갈망을 모두 해결해 주려면 새 대통령은 하느님에 버금가는 초인적 혜안과 능력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실로 “경제 선진화와 ‘삶의 질’ 선진화가 함께 가는 시대를 열겠다”는 당선자의 포부가 현실화되기까지는 난관이 많아 보인다.

 정신의학적 측면만 고려해도 급속한 경제성장과 사회 변화는 인간의 정신과 행동을 병적인 상태로 몰고 갈 위험성을 높인다. 경제 발전과 더불어 폭력, 자살, 약물 남용, 알코올 중독 등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경제적 궁핍이 건강한 정신을 의미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가난은 정신질환의 1차적 지표로 꼽힐 정도로 정신 건강을 해치는 심각한 요소다.

 과연 경제 발전과 행복을 의미하는 삶의 질 향상을 동시에 달성할 수는 있는 걸까.
 다행히도 ‘따뜻한 경제’를 통해 “성장의 혜택이 서민과 중산층에 돌아가는 신(新)발전체제를 열겠다”는 당선자의 약속은 정신·심리학자들이 제시하는 사회가 행복해지는 길을 함축하고 있다.

 행복학(the science of happiness) 전문가들은 다양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행복감은 절대적인 부를 창출했을 때보다 상대적인 우월감을 느낄 때 찾아온다고 밝힌다. 예컨대 1인당 국민소득이 3만 달러인 나라에서 2만 달러를 버는 사람보다 1만 달러인 사회에서 1만5000달러의 소득을 올리는 사람이 훨씬 더 행복해한다. 인간의 행·불행은 상대적 우월감과 박탈감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달러에서 2만 달러로 증가한 지난 10년간 양극화가 급속히 진행한 탓에 삶이 불행해졌다고 느끼는 국민이 급증했다. 보수 후보에 대한 유권자들의 몰표는 이런 좌절감이 단적으로 반영된 결과다.

 선진국의 훌륭한 지도자는 양극화 해소를 통해 대다수 국민이 행복하다고 느끼게 하는 사람이다. 행복은 장수·끈기·활기·성취도 등과 직결돼 불행한 사람보다 천수를 9년 정도 더 누리게 하는 묘약이기도 하다.

 선진화 시대를 열겠다는 대통령 당선자가 향후 5년간 국민의 행복지수를 얼마나 올려 줄 수 있을지 국민의 기대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황세희 의학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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