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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권교체와 주가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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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호 20면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경제를 반드시 살리겠다”고 공언한 이명박 후보가 당선됐다. 이 당선자는 증시에 호재가 될 법한 공약을 많이 내놓았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의외로 담담하다. 증시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지나친 기대는 말자”는 쪽이다.

국내 증시는 대통령 직선제 이후 새 대통령 임기 첫해에는 예외 없이 큰 폭으로 올랐다. 상승률을 보면 ▶노태우 73% ▶김영삼 28% ▶김대중 49% ▶노무현 29% 등이다. 대통령 임기별 주가 흐름을 보면 노무현 정부에서만 상승 추세를 계속 이어갔을 뿐 나머지 세 대통령 정부에선 집권 후반기 들어 하락세로 돌아섰다.

해석은 대체로 이렇다. 새 정부 출범의 기대감도 작용했지만 우연치 않게 대통령이 바뀌는 시점이면 경기도 바닥을 지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다 집권 후반기로 가면 경기가 하강하면서 주가도 함께 미끄러졌다는 분석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유독 주가가 줄기차게 오른 것은 때마침 펀드 투자 열풍이 강하게 불어준 덕분으로 풀이된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어떨까. 과거와 같은 전강후약(前强後弱)보다 전약후강의 흐름을 예상하는 전문가가 많다. 집권 초기에는 별 재미없이 뜨뜻미지근한 상태를 이어가다가 중반 이후 강세를 띨 것이란 전망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외풍이 수그러들기까지는 여전히 적잖은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외국인투자자들은 서브프라임 후폭풍에 대비한 현금 확보를 위해 국내 주식을 계속 내다팔고 있다.

증시의 외국인들에겐 이명박 정부의 출범이 오히려 부담스러운 측면도 있다. 국내 자본의 손발을 묶었던 역차별적 규제들을 과감히 풀겠다고 공약했기 때문이다. 금산(金産)분리의 완화와 인수합병(M&A) 방어책 마련,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등이 그것이다. 이렇게 되면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입김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계속된 반재벌, 외자 우대 정책은 외국인투자자들에 뜻밖의 초과 수익을 안겨줬던 게 사실이다. 이런 꿀단지가 사라지게 된 것은 외국인들의 한국 증시 이탈을 재촉할 가능성이 있다.

경기 사이클도 이명박 정부에 우호적이지 못하다. 앞선 정부들의 출범 때와 달리 지금 국내 경기는 피크권을 형성하고 있다. 경기는 내년 상반기 중 정점을 지나 한동안 내리막길을 걷게 될 공산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그러나 길게 봐 새 정부의 친기업적 정책이 힘을 발휘하면 주가는 결국 쑥쑥 올라갈 것이다. 기업들의 투자가 활발해져 매출과 순익이 불어나는 것만큼 증시에 좋은 보약은 없다. 새 정부에 대한 시장의 바람은 이렇게 요약된다. “조급한 마음에 경기 부양책을 동원하진 말아달라.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기업들이 마음껏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주력하며 기다리는 여유를 가져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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