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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소설처럼 풀어간 생생한 르네상스 미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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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르네상스 미술이야기1
조승연·앤드 스튜디오 지음, 세미콜론
252쪽, 1만5000원

저자 이름부터 눈길을 끈다. 30만부가 팔렸던 공부법 책 『공부기술』과 『생각기술』의 저자 조승연(26)씨가 전공을 살려 썼다. 조씨는 5년 전 뉴욕 대 비즈니스 스쿨과 줄리아드 음대 이브닝 과정을 동시에 다니며 ‘기술 시리즈’를 냈고, 졸업 후 프랑스로 건너가 에콜 뒤 루브르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다.

‘조승연, 앤드 스튜디오’는 말하자면 조승희 팀을 뜻하는 것으로 조씨를 필두로 파리의 미술 경매소 직원과 런던의 영화사 PD 등 7명의 젊은 전문가 집단이 참여한 집단창작이라 할 수 있다. 그는 “‘미켈란젤로, 앤드 스튜디오’라는 식으로 미켈란젤로 혼자가 아닌 그 작업실 사람들의 공동작품임을 표시하듯, 미술사 서술 방식과 옛 문헌자료 수집, 그림 사용권 계약 등 출판의 여러 과정을 세계 각국 친구들과 함께했다”고 당찬 기획의도를 밝혔다.

‘미술이 태어난 날’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르네상스의 발상지 15세기 피렌체를 배경으로 이 도시를 장악하고 예술가들을 육성한 메디치 가문의 권력 장악을 위한 암투, 조각가이자 건축가 브루넬레스키의 고민 등을 이야기식으로 재구성했다.

로렌초 데 메디치(1449∼1492).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의 명가 메디치가는 이때 황금기를 이룬다.

“미술사 속 사람 얘기를 생생하게 되살리겠다”는 의도로 이 시대 상인 계층의 딸 카테리나란 가공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가 경험한 메디치 가문의 부상과 피렌체의 도시개발을 얘기하며 곁다리로 당대의 미술가들을 끼워 넣었다. 중간중간에 당시의 사회상을 설명하고, 중요 인물에 대해선 직업·생애 뿐 아니라 중요한 이유까지 상세한 프로필을 덧붙인 식이다.

이야기책이자 ‘전과’라는 점이 이 책의 미덕이자 한계다. 미술사에서 꼭 넘어야 할 산인 르네상스 미술사를 요즘의 언어와 사건으로 풀어 입문서의 새 형식을 보여주는 것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저자가 ‘역사소설이 아니다’라고 못 박았듯 이 책에서 이야기는 미술사 서술을 위한 보조적 수단이라 흥미와 긴박감이 떨어지고, 그나마도 중간중간 끼어드는 설명으로 흐름이 깨진다. 네 권 짜리 시리즈로 기획됐으니 후속저작들이 보완해야 할 부분이다.

권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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