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강물'이 '화염' 삼키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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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철한6단이 화염이라면 이창호9단은 강물이었다. 한때 뜨거운 화염이 산야를 뒤덮었으나 결국 도도히 흐르는 강물을 이기지 못했다. 이리하여 최고의 신인 최철한과 일인자 이창호의 파워 테스트 무대인 국수전 도전5번기는 이창호 쪽으로 저울추가 기울었다. 첫판은 호각의 접전 끝에 이창호가 1집반을 이겼고 2국은 최철한이 완승을 거둬 1대1이 되더니 승부의 분수령인 3국에서 이창호가 9집반을 이기면서 2대1로 리드하게 된 것이다.

<하이라이트>

<장면1>=이창호9단이 흑이고 최철한6단이 백. 초반에 패망선(2선)으로 흐르지 말라는 기훈을 어기고 백은 1,3으로 두수나 패망선을 두었다.

백1은 나쁘지 않았으나 3은 A에 둘 것으로 후회막급이었다는 최철한의 감상. 4를 당해 나빠졌다.

<장면2>=실리가 부족한 백은 전판을 휘저으며 싸움을 벌였으나 이창호의 방패는 굳건하다. 최철한은 그러나 백1부터 예상 외의 곳을 치고 들어가 7까지 중앙 흑? 일곱점을 잡아버렸다.

신예의 날카로운 기세가 판을 불태워버리는 느낌.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느낌일 뿐이었다. 돌을 죽일 때 이창호9단은 이미 간발의 우세를 내다보고 있었다.

*** 崔 "1인자의 무게 느껴져"

국후 최철한6단과의 일문일답.

-오늘 바둑의 패인은.

"초반에 잘 풀지 못한 것이 패인이다. 이창호9단과는 초반이 특히 중요한데 여기서 실패해 운영이 지극히 힘들었다."

-중반에 멋진 기습으로 대마를 잡았지 않은가.끝내기에서 패착을 두었다던데.

"아니다. 상당한 수확에도 불구하고 이창호9단의 계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막판에 실수하지 않았더라도 조금 졌을 것이다.

-이창호9단에게 토털 1승5패다. 이9단에 대한 느낌은.

"실력은 종이 한장 차이일 것이다. 그러나 세계 일인자로서 이창호9단이 쌓아온 또 다른 무게가 있다. 그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대결의 전망은.

"2국처럼 잘 풀린다면 아직 희망은 있다. 초반을 어떻게 밀리지 않고 꾸리느냐가 관건이다."

-20일의 기성전에서 승리하면 이창호9단과 또 대결하게 되는데(유재형6단과의 기성전 도전결정전은 현재 1대1).

"그판도 중요하다. 꼭 이기고 싶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외국어대에 진학한다고 들었다(최철한은 외대 일어과, 또 다른 신예 강자 원성진5단은 외대 중국어과에 진학한다).

"대국 전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에 갔었다. 대학은 새로운 세상이다. 대국 때말고는 열심히 다닐 생각이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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