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개도국투자 南美.亞洲 희비교-94세계증시 결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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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올해 세계증권시장에서는 남미 쪽으로 눈을 돌린 기관투자가들이춤을 춘 반면 유럽과 아시아신흥공업국으로 향했던 기관투자가들은눈물의 고배(苦杯)를 들어야 했다.
美모건 스탠리증권社가 지난 11월까지 달러화를 기준으로 조사한 세계주가지수 등락률에 따르면 브라질 주가지수는 73.7%나올랐고 페루와 칠레의 주가도 40%가 넘는 상승률을 보였다.남미 이외의 국가로는 일본과 한국이 각각 19.4 %와 30.3%로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근착 영국의 파이낸셜 타임스紙에 따르면 올해 일본 주식에 대한 해외 펀드(基金)의 투자액이 6월까지만 4백70억달러에 달할 만큼 일본으로의 자금유입이 두드러졌던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지난해 평균 1백%나 오르면서 화려하게 부상했던 아시아신흥공업국 주식시장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올해 대폭락의 쓴맛을 봐야했다.홍콩의 주가지수는 28.6%나 하락했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23.7% 곤두박질했다.유럽의 주식시장도 부 진을 면치 못했다.영국의 주가는 -4.6%,프랑스도 -3.2%를 기록,지난해 각각 17.1%와 22.4%씩 올랐던 것과 대조를 이뤘다. 지역별로 주가등락이 엇갈리면서 축배를 들고 있는 기관투자가들이 있는가 하면 새 일자리를 알아봐야 하는 펀드매니저들도 생겼다. 가장 초조해진 것은 영국의 연.기금 펀드다.영국 연.기금은 연초부터 일본에 대한 투자 비중을 낮춘 대신 유럽과 일본이외의 아시아신흥공업국에 대한 투자비중을 높이는 패착(敗着)을범했다.결과는 냉엄해 영국 연.기금은 지난 9월까지 -3.3%라는 저조한 운용실적을 냈다.지난해 올린 14%의 운용실적에 비해 너무도 형편없는 성적이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의 기관투자가들은 한발 앞서 아시아시장에서 발을 빼 남미시장으로 방향을 돌렸다.미국 투자가들이 남미시장에 투자한 자금은 6월까지만 52억달러에 달한 반면 일본을제외한 아시아시장에 대한 투자금액은 6천만달러에 불과했다.
이처럼 올해 세계증권시장의 등락이 지역별로 크게 엇갈린 것은美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올들어 여섯차례나 금리를 올리는등 예상 보다 강력한 금융긴축 조치를 취한데 원인이 있었다는 것이 많은 국제증권시장 전문가들의 견해다.미국 금융시장의 영향을 크게 받은 미국과 유럽 및 아시아신흥공업국의 주가는 견실한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맥을 추지 못했으나 비교적 영향을 적게 받은 일본과 한국,그리고 남미 국가의 주식시장은 호황을 구가했다는 것이다.특히 남미는 과감한 민영화정책으로 물가와 성장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한편 주식시장을 대폭 개방해 세계증권시장의 새로운「금광」으로 각광받고 있다.
남미시장에 대한 투자는 늘었지만 전체적으로 해외증시에 대한 미국의 투자액은 올 하반기부터 줄기 시작해 내년에도 감소추세가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미국 투자가들이 금리인상으로 인해투자메리트가 높아진 국내 금융상품으로 발길을 돌릴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근착 美월스트리트 저널紙는 이에따라 지난해 2천51억달러에 달했던 개도국 증시에 대한 미국의 투자액이 올해는 1천7백76억달러 수준에 그치고 내년에도 1천5백억달러를 넘지 못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이미 전세계 순주식매입분의 45%이상이 미국 투자가들의 손안에 있기 때문에 이들의 눈이 내년에는 어느쪽으로 향할 것인가에 벌써부터 국제증권투자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鄭耕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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