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층 결집 역풍 걱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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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 사태에 여권도 긴장하고 있다. 그동안은 즐기는 쪽에 가까웠다. 그러나 '최병렬 대표 퇴진론'이 불거지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崔대표의 거취와 이에 따른 한나라당 내부 변화가 4월 총선 구도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열린우리당과 청와대는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을 내다보고 있다. 어정쩡하게 봉합하는 경우와 근본적인 변화를 추진할 경우다.

아직까지는 전자 쪽에 비중을 두고 있다. 한나라당 내부가 난마처럼 얽혀 있어 운신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출신인 김영춘 의장 비서실장은 "崔대표가 퇴진하고 소장파와 중진들이 집단지도체제를 구축하는 선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 경우 총선에서의 영향은 거의 없다"고 단정했다.

그러나 한나라당이 근본적인 변화를 꾀할 경우 정치권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고 본다. 벼랑 끝으로 몰린 낡은 정치세력이 야합을 통해 반격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신기남 상임중앙위원은 "崔대표에 대한 퇴진 압력은 한나라당 주도 세력이 崔대표의 용도 폐기를 선언한 것"이라며 "차기 대권 주자가 없는 불임 정당인 한나라당이 총선 후 민주당과의 통합을 통해 새판 짜기에 나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18일 노무현 대통령이 경기.인천지역 언론과의 합동회견에서 "개헌 저지선까지 무너지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이란 게 참모들의 분석이다.

이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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