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자들이 말하는 인수위 5계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3면

대통령직 인수인계 과정에서 지켜야 할 교훈은 무엇일까.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은 1987년 이후 네 차례의 권력 이동 과정에서 정권 인수를 경험했던 인수위 인사 7명에게 이를 물어봤다. 이를 '인수위 5계명'으로 정리한다.

① 인수위는 점령군이 아니다=97년 대선에서 여야 정권 교체를 이룬 김대중(DJ) 당선자의 이종찬 인수위원장은 "인수위의 중요한 역할은 전임 정권과 후임 정권의 갈등을 조정하는 것인데 우리는 이를 잘 통제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② 과욕은 금물=노무현 당선자의 최측근이던 이광재 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은 "노 당선자는 인수위 구성 때 '처음부터 100점이 되려 하면 종반엔 10점이 되기 십상이다. 그러니 정치권 비주류라고 할 수 있는 우리들은 초기 목표를 50점으로 잡자'고 했다"고 전했다.

③ 정치 아닌 통치를 하라=노태우 정권의 황태자로 불린 박철언 전 정무장관은 "당선자는 당선 순간부터 정치가 아닌 통치 영역에 들어선다"며 "정권 인수 과정은 (자신을 지지한 정파가 아니라) 국민이 선택한 시대정신을 구체화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인수위가 단기적 정치상황만 의식해선 좋지 않다는 조언이다.

④ 공약은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해야=88, 93년 인수위를 모두 거쳤던 남재희 전 노동부 장관은 "대선 공약은 표를 끌어들이기 위한 내용이 많은 만큼 공약에 얽매이다간 실패하기 쉽다"고 강조했다.

⑤ 한풀이식 인수위 활동은 피해야=7명의 인수위 인사는 한결같이 "과거 정부의 단죄가 아닌 새 정부의 미래를 보여줘 전임 정부와 차별화하라"고 권고했다. 박 전 장관은 "권력의 정점에 서는 순간 권력은 영원하리라고 착각한다. 전임 정권의 과(過)만 내세우면 새 정권 역시 권력의 뒤안길에서 똑같은 수모를 당한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