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한국 부유층 빠르게 증가 럭셔리 클럽 시장성 있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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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서울 호텔가의 요즘 화제는 단연 남산 옛 타워호텔에 쏠린다. 원로 건축가 고 김수근의 설계로 지은 지 50년 가까이 된 건물을 리모델링해 2009년 럭셔리 클럽·스파로 재개장한다는 소식 때문이다. 이름은 ‘반얀트리 클럽 & 스파 서울’이다. 호텔에 클럽이 딸린 게 아니라, 멤버십 클럽에 객실이 딸렸다. 골조만 그대로일 뿐 환골탈태로 보면 된다. 218개 객실을 50여 개로 줄여 전체를 스위트룸으로 꾸민다. 세계적인 고급 리조트 체인인 반얀트리 그룹이 개발과 운영을 맡는다. 업계의 시각은 ‘신선하다’ ‘무모한 것 아니냐’로 엇갈린다. 싱가포르의 반얀트리 그룹 본사를 찾아 호권핑(55·사진) 회장을 만났다.

-왜 호텔이 아니라 클럽인가.

“한국 진출을 검토하며 여러 곳을 알아봤다. 타워호텔 자리는 위치는 좋지만 최고급 호텔용으론 비좁은 편이다. 그래서 서울에 아직 선보인 적이 없는 ‘럭셔리 클럽’으로 컨셉트를 바꿨다. 혁신(innovation)은 서비스업에서도 꼭 필요하다. 호텔업은 너무 성숙한 산업이라고 하지만 혁신을 통해 활로를 찾을 수 있다.”

-리모델링 기간이 불과 1년 남짓이다. 급박하지 않나.

“인도나 인도네시아였다면 걱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다. 시공사인 쌍용건설은 고급 호텔이나 리조트를 많이 지어본 업체다.”

-극소수 부유층 상대의 ‘VVIP 마케팅’이 화제다. 한국에 그런 시장이 충분하다고 보는가.

“물론이다. 한국은 상당 기간 ‘일본의 가난한 사촌’쯤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이제 경제규모가 커지고 생활도 다양해졌다. 소수의 재벌 이외에 탄탄한 중견기업도 많아졌다. 기업 오너를 위한 차별화 공간이 필요하다.“

-틈새시장 전략 같아 보이는데.

“맞다. 우리는 중간 규모의 럭셔리 호텔을 지향한다. 어느 분야든 톱5 안에 들지 않으면 뒤처질 수밖에 없다. 큰 시장의 작은 주자보다는, 틈새 시장의 지배적 주자(dominant player)가 낫다고 본다.”

호 회장은 기자 출신이다. 동남아 경제주간지 ‘파 이스턴 이코노믹 리뷰’에서 일하다 가업(와창·타이와 그룹)을 이었다. 1984년 ‘라구나 푸켓’을 시작으로 리조트 사업에 뛰어들었다.  

싱가포르=김한별 기자

◆반얀트리 그룹=32개국에 23개 리조트, 64개 스파, 2개 골프 코스를 운영한다. 여행전문지 ‘콘데나스트 트래블러’의 골드 리스트에 선정되는 등 리조트·스파 관련 상을 많이 받았다. 2011년까지 서울을 포함해 전 세계 50곳에 리조트·클럽을 추가로 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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