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이명박 당선자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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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 처음으로 최고경영자(CEO) 출신 대통령을 맞이할 재계는 벌써 들떠 있다. 저마다 규제 완화, 기업 기 살리기, 투자 환경 개선 등의 건의를 쏟아내며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재계의 이런 기대는 한마디로 ‘이제 제대로 기업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

◆‘프로젝트 매니저(PM)’가 돼라=전국경제인연합회 이승철 전무는 “그동안 우리 경제·산업계는 명분에 치우친 각종 규제에 발목이 묶여 왔다”며 “새 대통령의 실용주의 스타일이 앞으로의 국가 경영 전반에 침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런 의미에서 대통령이 프로젝트 매니저(PM)형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많다. PM이란 어떤 사업의 달성을 위해 계획하고, 조정하고, 성과 창출을 유도하는 자리다. 한마디로 ‘일이 되게끔’ 만들어 가는 자리다. 대한상의 이현석 상무는 “이 당선자가 선거 과정에서 내세운 ‘747’ 공약(7% 성장, 4만 달러 국민소득, 7대 선진국)이 구호로만 그치지 않고, 이를 하나의 국가적 프로젝트로 삼아 구체적 전략과 가능한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재계는 이런 전략으로 출자총액제한, 수도권 성장 억제 정책, 금·산 분리 등 각종 규제에 대한 과감한 손질을 꼽고 있다. 올 9월 말 현재 국내 534개 상장기업의 사내 유보금이 무려 347조원에 달하고 있는 만큼 이를 투자로 유도한다면 ‘747’ 달성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는 것이 재계의 시각이다.

PM은 추진력뿐만 아니라 조정력도 있어야 한다. ‘유비쿼터스 청계천 시범사업’의 PM을 맡고 있는 삼성SDS의 최환조(36) 책임은 “대화를 통해 목표가 다른 이해 당사자 간의 의견을 조율하는 것이 PM의 주요 업무”라고 말했다. 이를 경제 정책에 적용하자면 기업과 시장의 자율성을 최우선 조건으로 삼아야 한다는 이야기다.

◆업종별 엇갈린 표정=이명박 당선자를 맞이한 재계는 대체로 고무돼 있지만 표정이 약간 다른 업종도 있다. 주택·건설업계는 최악의 거래 부진 탈출을 꿈꾸며 한껏 고무돼 있다. 부동산업계는 무엇보다 ‘세금 폭탄’으로 요약되는 현 정부의 부동산 중과세 정책이 손질되리라는 기대를 하고 있다. 금융업종의 표정도 펴졌다. 이 당선자는 기회 있을 때마다 각종 금융 관련 규제를 풀고 글로벌 금융회사 육성에 나서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통신 및 공공서비스 관련 업체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 당선자가 대선 공약으로 통신 서비스 요금 20%, 에너지 가격 10% 인하 등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이현상·표재용 기자

주한 외국기업인들은 …
“한국, 투자 안식처로 만들어야”

주한 외국기업인들은 20일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에게 축하의 뜻을 보냈다. 이들이 새 대통령에게 무얼 바라는지 들어 봤다.

◆한스 메어포르트 주한EU상의 회장 대행
 
“유럽연합(EU)의 기업을 유치하려면 한국을 ‘투자의 안식처’로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투명하고 효율적이며 견실한 정부가 되길 바란다. 노동 시장을 유연하게 하고 외국 기업인의 삶의 질 향상에 배려가 필요하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을 성공적으로 마무리지어 달라.”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 회장
 
“강한 리더십과 기업 친화적인 경제 정책으로 한국 내 기업 환경을 향상시켜 달라. 한국은 한 단계 도약할 시점이다. 한·미 FTA 비준은 이 계기가 된다. 조속히 미국산 쇠고기에 시장을 전면 개방해야 한다.”

◆웨인 첨리 크라이슬러코리아 대표
 
“한국시장에 대한 다국적 기업들의 직·간접 투자가 늘길 기대한다. 자동차 시장 개방과 수입차 규제에 관해 좀 더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 달라. 한·미 FTA 비준도 원만하게 처리해야 한다.”
 
◆새미 루트피 헨켈코리아 사장
 
“국가 마케팅에 힘쓰길 바란다. 한국의 인프라와 인재·팀워크는 세계적 수준이다. 한국의 장점이 저평가돼 있다. 까다로운 규정과 복잡한 절차는 외국 기업의 투자 의욕을 저하한다. 자본의 국적을 떠나 건전하고 유익하다고 판단되면 적극 유치해야 한다.”
 

박현영·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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