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리경질 與野.총리실.청와대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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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민자당은 이홍구(李洪九)부총리의 총리발탁에 대해『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세계화 추진에 걸맞다』(文正秀총장)고 대체적으로 환영.
文총장은『통일문제 전문가인 그는 외교일선의 경험들을 간직해 세계무역기구(WTO)출범을 앞둔 국제적 환경변화에 잘 적응할 것』이라고 뒷받침.
박범진(朴範珍.서울양천갑)대변인은『청렴하고 국제감각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
金대통령이 이번 인사를 앞두고『깜짝쇼를 자주하면 안된다』고 말한 것이 예측가능한 인물인 李부총리를 염두에 두고 한것 같다는게 당직자들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익명을 부탁한 한 당직자는『정치총리나 민정.민주계니 하는 계파적 접근이 아니라 대통령 대신 국정을 열심히 챙기는「젊은 인상」을 주는 실무총리가 될 것이라는 일반적인 예상에 부합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김종필(金鍾泌)대표도 그같은 전망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외무통일위의 한 의원은『무난한 인물이지만 지금 국정 혼조를 수습하는 돌파력은 미지수』라고 지적했다.그는『李부총리가국회외무통일위에 나와 정부입장을 설명하는 것을 보면 합리적인 쪽만 추구하는 것을 볼수 있다』면서『현정권에 필 요한 내각 장악력이나 청와대 수석진과의 관계정립문제에 李신임총리가 적극적으로 나설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金基奉기자〉 ○…이홍구(李洪九)총리지명에 대해 민주당의 공식적인 반응은 부정적이다.
李총리지명자가 남북문제와 통일정책에 있어 정부의 혼선외교를 불러왔다는 이유에서다.
박지원(朴智元)대변인은 논평을 통해『李총리지명자는 통일부총리당시 남북관계와 핵문제에서 정부입장을 갈팡질팡하게 한 장본인』이라며『개혁과 세계화를 위한 시대적 사명을 다할 총리로서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반면 의원들의 반응은 다소 엇갈리고 있다.
조세형(趙世衡.서울성북을)최고위원은『김영삼(金泳三)대통령 친정체제의 연속에 불과하다』며『이정도 인사로 국정쇄신이 이뤄질지의심스럽다』고 혹평했다.
하지만『대체로 무난하다』『적절한 인사다』라는 평가도 적지않다.특히 민주당의원들중 상당수는 정부가 정책의 주안점을 앞으로 남북관계.통일문제에 두려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했다.
이부영(李富榮.서울강동갑)최고위원은『새해는 남북경협을 비롯한남북관계에 획기적 전기가 이뤄질 전망』이라며『통일.외교분야에 두루 견식을 갖춘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신기하(辛基夏)총무도『통일논의때 왔다갔다 하기는 했지만 여권내의 구도로 보면 선진적 사고를 지닌 사람』이라고 밝혔다.다만민주당은 『李총리의 추진력에 문제가 있다』(韓光玉최고위원)는데는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이에 따라 총리 국회인준때 반대표결을 당론으로 정하기보다는 의원들의 자유의사에 맡기기로 결정.
〈朴承熙기자〉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17일오전 갑자기 이홍구(李洪九)통일부총리를 신임총리내정자로 발표하자 청와대 비서진들도 놀란 모습.
金대통령은 16일오후 박관용(朴寬用)비서실장과 이원종(李源宗)정무수석,주돈식(朱燉植)청와대 대변인에게『내일(17일)오전 8시까지 본관으로 올라오라』고 통보했으며 이때까지 朱대변인도 무슨 내용인지 몰랐다는 것.
金대통령은 朱수석에게는 총리내정사실을 발표하라고 지시했으며 李수석에게는 빨리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보내라고 지시.
金대통령이 李부총리를 총리로 내정한 것은 구체적으로 언제인지알려지지 않고 있으나 지난 6,7일께 민정수석실과 정무수석실등에서 나름의 안을 만들어 대통령에게 보고했고 다른 채널을 통해서도 대체로 이때쯤 보고가 올라갔다는 후문.
金대통령은 이에따라 총리를 결정해놓고 국회의 일정때문에 발표를 미루다가 16일 국제무역기구(WTO)가입 비준안이 통과되자바로 발표한 것.
그러나 청와대 핵심 고위관계자들이『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21일께 총리를 발표하고 23일께 임명동의를 받을 것』이라고 말해왔다는 점에서 측근들도 몰랐거나 언론의 추적을 뿌리치기위해 역정보를 흘렸을 가능성도 있다.
총리가 내정되자 청와대에서는 황낙주(黃珞周)국회의장은 영남,윤관(尹관)대법원장이 호남출신인데 총리는 서울출신이어서 지역적인 안배도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
〈金斗宇기자〉 ○…문민정부 네번째의 국무총리 인선 발표 역시깜짝쇼로 연출됐다.
국무총리실 간부들조차 17일 오전 발표예정 사실이 방송으로 보도될 때까지 새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청와대의 예고에 따라 기자들이 문의하자 화들짝 놀란 직원들은일손을 놓고 TV앞에 모였고,간부들은 총리실로 뛰어가는등 허둥. 총리가 바뀔 것이라는 사실은 대부분 감지하고 있었고,후임도이홍구(李洪九)부총리가 유력하게 관측됐다.그러나 발표시기는 대개 다음주로 예상했는데 의표를 찔린 셈.
다른 부처에 대한 개각은 국회에서 신임총리에 대한 인준절차를거친 뒤 이루어지므로 국회 처리 시기에 달려있으나 전체적인 일정이 빨라질 가능성도 있어 이날 관가(官街)는 무성한 하마평(下馬評)으로 하루종일 술렁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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