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덕실마을 밤새 덩실덩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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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당선이 확정된 19일 밤 이 당선자의 고향 마을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1리 덕실마을에서 주민들이 춤을 추며 즐거워하고 있다. [사진=송봉근 기자]

19일 오후 6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고향인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덕성1리 덕실(德室)마을. 마을회관 앞 가을걷이가 끝난 논에서 대형 TV로 출구조사를 지켜보던 주민 300여 명이 일제히 태극기를 흔들며 함성을 질렀다.

"이명박 대통령 만세! 이명박!"

함성과 함께 마을회관 옥상에선 화려한 폭죽이 연이어 밤하늘을 수놓았다. 이 마을 출신 청년들이 마련한 축하 의식이었다. 국내외 기자 100여 명도 이날 이곳을 찾아 마을이 생긴 이래 가장 많은 사람이 모였다. 대열에 앞장서 덩실덩실 춤을 추던 이 후보의 사촌 형수 유순옥(76)씨는 흥분된 어조로 "너무 기쁘고 가슴이 뭉클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유씨는 한나라당 경선 전 "흥해 장날 시숙이 사람들에게 금덩이를 하나씩 나눠주는 꿈을 꿔 당선을 예감했다"고 말했다.

덕실마을을 찾은 경주 이씨 화수회 이종영(71) 부회장은 "경주 이씨 2000년 역사상 처음 맞은 경사"라고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 당선자의 8촌 동생인 이상용(55)씨는 "바른 정치, 깨끗한 정치를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친척들이 모여 대통령께 누가 되지 않도록 행동하자는 의지를 모았다"고 전했다.

주민들은 이날 쇠고깃국과 떡.족발 600인분을 마련해 밤늦게까지 잔치를 했다.

◆덕실마을=포항시내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다. 7번 국도인 흥해읍에서 6㎞나 떨어진 벽촌이다. 이곳엔 이 후보의 문중인 경주 이씨를 중심으로 31가구 67명이 살고 있다. 주민은 50대 이상이 대부분으로 논농사와 과수, 한우 사육이 주된 생업이다. 조선시대에 전국에 가뭄이 들었을 때도 덕이 있는 사람이 많아 마을의 샘이 마르지 않았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그래서 덕실마을로 불린다. 이 후보는 해방 이후 가족들이 일본에서 돌아온 직후와 6.25 전쟁 무렵에 이 마을에서 자랐다. 그 이외엔 포항시내로 나가 학교에 다녔다.

글=송의호.황선윤 기자 ,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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