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처리 되는 대통령 나올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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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18일 서울 영등포 거리 유세에서 유권자들에게 손을 흔들있다. [사진=강정현 기자]

유세 마지막 날인 18일, 이회창 무소속 후보의 하루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얘기로 시작해 박 전 대표 얘기로 끝났다. 그는 선거운동 마감 시간을 5시간여 앞둔 오후 6시40분 박 전 대표의 서울 삼성동 자택을 찾아갔다.

박 전 대표 자택 경비원이 대문 밖에서 이 후보를 맞으며 "낮에 나가 안 들어오셨다. 언제 들어오실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설마 밖에서 주무시고 들어오는 건 아니겠죠"라고 물었다. 경비는 "모른다"고 답했다. 14일과 17일 밤에 이어 세 번째 헛걸음이었다.

이회창 후보는 그 사이 기자들의 질문에 답했다.

-세 번째 면담 실패의 심경은.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제 진심을 전하고 싶다."

-한나라당에선 이런 행보를 비판한다.

"일일이 대꾸하고 싶지 않다. 박 전 대표가 국민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특히 박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의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현재 상황이 어려운 것 안다. 하지만 국민의 마음을 믿고 국민의 마음에 어긋나지 않는 일이 있었으면 좋겠다."

이 후보의 이채관 수행팀장이 박 전 대표의 안봉근 비서관에게 연락했다. 안 비서관은 "박 전 대표는 바깥에서 만찬 중"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후보와 기자들 간의 문답은 이어졌다.

-박 전 대표가 외부에 있다는 데 알고 왔는가.

"모르고 왔다."

이날 이 후보의 첫 일성은 "집권하면 박 전 대표와 공동정부를 구성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는 오전 기자회견에서 "내가 대통령이 되면 국민의 소중한 정치적 자산인 박 전 대표와 함께 공동 정부를 구성해 대한민국을 바로 세울 것을 약속한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의 핵심 참모는 "박 전 대표가 내각제 총리 수준의 권한을 갖는 국무총리가 돼 집권당과 내각을 동시에 장악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날 밤 마지막 기자간담회에서도 박 전 대표를 두고 "처음부터 언젠가 마음을 합쳐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는 생각이 있었고, 지금도 그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근모 후보 "이회창 지지"=이회창 후보는 어느 때보다 강도 높게 이명박 후보를 공격했다.

이회창 후보는 이날 오전 기자회견에서 "범죄 피의자를 대통령으로 선출하는 나라는 동서고금 어디에도 없다. 범죄 피의자를 대통령으로 뽑고도 우리 자식들 앞에서 떳떳할 수 있겠느냐"며 "이명박 후보의 거짓말로 인해 대통령 당선자의 사법처리라는 초유의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주요 회견 내용.

"'BBK 동영상' 공개와 '이명박 특검법' 처리 이후 이명박 후보의 허장성세인 대세론이 무참하게 무너지고 있다. 이명박 후보의 추락은 생각보다 급속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 후보는 오후 8시 정근모 참주인연합 후보의 지지를 끌어냈다. 정 후보는 강남의 도산공원 점진홀에서 이 후보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부패척결과 건전 보수세력의 결집에 뜻을 같이하는 모든 세력에 문호를 개방해 21세기 초강국으로 발전시키는 세력을 육성 발전시키자는 데 합의했다"며 "이를 위해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에게 적극 협력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 후보는 그러나 후보 사퇴 의사를 밝히진 않았다. 이 후보는 오후 10시 마지막 유세를 명동에서 했다. 부인 한인옥씨와 함께 명동성당에서 기도도 했다.

글=정강현.이종찬 기자 ,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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