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로르 사퇴이후 佛 大選정국-총리.파리시장 右派 집안싸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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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자크 들로르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이 11일 불출마를 선언함에 따라 내년 4월(1차투표)과 5월(결선투표)로 예정된 프랑스 대통령선거는 사실상 에두아르 발라뒤르 총리와 자크 시락 파리시장간의 우파내 집안 싸움으로 굳어질 전망이다 .
차기 대통령 적임자 여부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최근 지지율이 69%까지 올라가 있던 들로르 위원장의 불출마로 우선 50%대의 지지율로 시락 시장(30%대)을 따돌리고 있는 발라뒤르 총리가 일단 더욱 유리한 고지를 확보한 것으로 분석 되고 있다.
또한 들로르 위원장과 경합할 수 있는 유일한 카드라는 명분을 내세우며 후보 단일화를 주장해온 발라뒤르파의 명분이 자연스럽게제거됨에 따라 시락 시장도 사퇴압력에서 벗어나 본격적으로 선거운동에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발라뒤르파와 시락파로 갈라져 있는 의회내 최대 정당인 공화국연합(RPR)은 둘중 한명이 양보하지 않고 끝까지 이전투구(泥田鬪狗)를 벌일 경우 결국 당이 쪼개져 프랑스 정계개편이 가속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이와 함께 사회당의 유일한 희망이었던 들로르 위원장의 불출마는 내년 5월로 예정된 프랑수와 미테랑 대통령의 퇴임과 함께 사회당(PS)의 몰락을 재촉할 전망이다.유럽통합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경제계의 지지를 얻어온 들로르 위원장은 특히 최근들어 우파 정치인들이 잇따라 부정부패 스캔들에 연루되면서 깨끗한 정치인의 이미지가 상대적으로 부각돼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를 누려왔다.들로르 위원장의 불출마는 스스로 밝혔듯 당선되더라도 70세라는 고령인데다 우파연합이 하원의 80%를 장 악하고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좌파적 정책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다는 정치적 부담이 크게 작용한것으로 보인다.
사회당은 새로운 후보를 물색해 대선에 나서겠지만 현재까지 여론조사에서 발라뒤르 총리를 제칠 수 있는 정치인은 단 한명도 없어 지난 69년 이후 처음으로 사회당은 2차 결선투표에 후보를 내세우지 못하는 수모를 겪을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파리=高大勳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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