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건설교통부의 합리적 개혁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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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갑작스레 튀어나온 세계화의 기치에 의아심이 채 가시기도 전에정부조직의 대폭개편이라는 충격적인 조치가 발표되었다.문민정부가개혁이라는 고지를 향해 돌진하기 위한 전략의 맥락에서 이번 조치의 의의와 큰 방향을 잡았으리라 믿고 싶다.
최근들어 눈에 띄게 잦은 대형사고들을 통해 느낄 수 있듯이 우리사회가 고도 산업화됨에 따라 다른 어느 부문보다도 중요성이높아지고 있는 사회간접부문을 담당하는 건설교통부의 개편방향은 중대한 관심사다.이번에 사회간접시설의 건설.계획 .관리를 위주로 하는 기술부처인 건설부와 운수행정을 위주로 하는 교통부가 통합된 것은 크게 보아 올바른 조치로 환영한다.
그러나 도로.철도.해운.항공의 수단별 방대한 시설망과 고기술관제체계,그리고 그 위에 운반체를 굴려 운수사업을 수행하는 교통체계산업을 효과적으로 관장할 교통행정체제의 비전은 보이지 않고 있다.
기존의 조직을 뒤흔들어 구축할 새로운 골격은 적어도 21세기를 향한 국가경쟁력 강화라는 구호에 걸맞게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물론 새로운 문제에도 대처할 수 있는 확신을 주어야한다.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교통문제의 중요부문이 예산부족보다는 교통행정의 난맥에 연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기존의 결핍기능을 보충하지 않은채 건설.교통 양부처의 통합에 의한 시너지 효과만을 기대하는 것은 조직개편의 비용 에 비추어 온당한 발상이라는 평가를 받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리사회가 선진사회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구축해야 될 고이동사회의 교통행정체제를 이번 기회에 앞당길 수 있는골격을 갖추어야 할 것이고 이를 위해 몇가지 제안코자 한다.
첫째,도시화율이 앞으로 90%에 달하고 도시교통과 지역간 교통이 일체화되는 현상에서 철도.터미널등 간선대량교통수단이 계획과 개발단계에서 도시계획과 괴리될 경우 발생되는 피해는 막대하다.이러한 문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해결하는 조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도시및 국토계획관계법령과 교통시설 관계법령의 대폭적인통합정비가 수반되어야 한다.
둘째,건설교통부의 출현이 갖는 효과를 높이는 조치가 병행되어야 한다.그것은 규제완화와 정부기능의 축소속에서 사회간접자본의비중은 나날이 높아져 왔으나 이를 관장하는 교통행정의 위상은 오히려 열등해지는 결과에서 초래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책임행정의 위상제고다.
특히 예산규모에서는 국방부 다음으로 크고 산업화사회에서 국민생활과 경제에 미치는 막강한 교통행정의 책임과 영향에 비추어 각 부처의 위상이 재정립되어야 한다.교통행정이 국정과 정치권의주목을 받고 그 책임에 걸맞은 자리매김을 하는 것만이 최고위직에서 실무직에 이르기까지 책임행정능력이 배양되는 조직으로 탈바꿈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수단종류에 있어서는 도로.철도.해운.항공의 각 수단이,행정기능에 있어서 계획기능.유지관리.운수행정의 이질적 기능이 함께 교차적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입체적 행정체제를 구축하여야 한다.그러나 제안된 건설교통부 직제는 현재 의 결핍된 기능이 그대로 비어있는 데다가 물리적 축소.통합만을 반영한 것으로 교통수단간 통합조정을 통한 합리적 계획을 기대할 수 없기는 현재와 거의 마찬가지다.
예컨대 국가교통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철도의 계획.정책기능이 결여돼있고 해운정책도 현재와 같이 일선 사업부처에 의존함으로써오늘날의 파행적 국가교통체계를 초래케 한 절름발이 교통정책기능을 개선할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이제 교통행정에 기술부문이 대폭 수혈된 이상 철도와 해운항만에 관한 계획정책기능은 일선 사업부처에서 분리,승격시켜 교통정책으로 하루속히 복원시켜야 한다.그리고 도로국은 해체하기 보다는 상당업무를 지방정부에 이양하더라도 고속도로와 지역간 주요간선계획과 함께 현재 경찰청에서 관장하는 도로교통법령과 관제기술업무를 이관시켜 관장토록 하는 것이 절대 필요하다.일선에서 단속은 경찰이 수행하지만 교통안전의 기준과 연구개발은 교통정책부서가 관장해야 하는 것이다.
건설교통부안의 최대 장점은 교통행정에 필수적이면서도 상호 이질적인 기술행정과 운수행정부문이 교차적으로 모든 수단에 걸쳐 적용할 수 있는 입체적이고 동적인 교통행정체계의 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전문성과 식견에 의해 각론이 채워져야 할 것이고 총무처식의 총론이 계속 연장.적용되어서는 모처럼 다가온 개혁의 기회를 살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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