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작기행><저자는말한다>라이트著 "도덕적 동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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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진화심리학은 인간의 조건,특히 성에 관련된 여러 변수들의 역학관계를 설명하는데 유용한 실마리를 제공한다.예컨대 영국 빅토리아 시대의 성도덕을 한번 살펴보자.당시에는 남성과 여성을 막론하고 성에 대한 이중적인 잣대가 존재했었다.
특히 남성들의 경우 더욱 심했다.그들은 여자를 두가지로 나눠생각했다.소위「마돈나와 창녀의 구분법」이라고나 할까.남자들은 수줍어하거나 정숙한 여자를 보면 나중에 아내감으로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접근한 반면 조금 느슨하거나 가벼운 여 자라고 판단되면 적극 공략에 나섰다.스스로 두가지의 기준을 갖고 이성을 대한 것이다.
남녀관계를 역사적으로 고찰해보면 우리들이 별다른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상식이 얼마나 허구인지를 어렵지 않게 깨달을 수 있다. 20세기 보편적인 결혼형태로 간주되는 일부일처제도 그렇다.
흔히 일부일처제는 여성들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규정한다.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상황은 그렇지 않다.특히 신분이 낮은 여성들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차라리 부유한 남성들이 여러 여성을 거느리는 일부다처제가 인류역사를 통해 보다 널러 퍼진 결혼형태였다.비록 여자들이 한남자를 차지하는 몫은 줄어들겠지만 가난한 사람과 결혼해 어렵게 사는 것보다 오히려 낫기 때문이다.이런 면에서 볼 때 일부일처제는 사회신분이 낮은 남성들에게 편리한 제도다.그들은 일부다처제가 지배적인 사회에서는 이른바 「결혼시장」에서 밀려나올 수밖에 없다.기독교가 가난한 사람들의 편에 서서 일부일처제를 옹호한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여성과 아이들에게 가장 치명적인 것은 결혼.이혼.재혼이 크게증가하면서 나타난 현대의 「유사(類似)일부다처제」.과거 일부다처제의 남편들은 새로운 부인을 얻을 때도 기존의 가족들을 부양했었지만 오늘날에는 그런 종류의 책임을 찾아보기 힘들다.한번 헤어지면 그것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힘없는 아이들과 여자들만피해를 보기 쉽다.
특히 미국사회는 60년대 이후 이런 경향이 더 심각해졌다.여성의 지위가 높아졌다고 하나 당시보다 40세 이상의 미혼여성들이 결혼할 수 있는 기회는 크게 줄어들었다.또한 현재 알콜중독자나 강간범들도 60년대 이전에 태어났더라면 그와 같은 불행을피할 기회가 많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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