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s] 휴대전화·반지에 문양 새기는 창업자 박동길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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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국내에 휴대전화 단말기가 연 100만 대 이상 팔립니다. 내년부터는 애완견 관리를 위해 애견용 인식표가 의무화됩니다. 개성 있는 ‘나만의 문양’을 새겨 주는 사업이 커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박동길(48·사진) 알파에스엔씨(www.alphasnc.co.kr) 대표는 17일 컴퓨터 표면 조각기 ‘인그라비’ 의 사업 전망이 밝다고 강조했다. 인그라비는 프랑스 그라보그라프의 소형 조각기인 ‘M20’ 모델을 국내에 들여와 팔고 협력점포를 운영한다. 휴대전화나 라이터 외부의 평면에는 물론이고 만년필·반지 같은 곡면에도 글씨나 그림을 새긴다. 자신의 서명이나 원하는 그림도 스캔해 새겨준다. 노트북 두 대를 놓을 수 있는 1.65㎡(0.5평)의 공간이 필요한 정도여서 젊은 층의 소자본 창업에도 적합하다는 설명이다.

전산 관련 일에 종사하던 박 대표는 2002년 공조기 설치 및 유지보수 업체인 알파에스엔씨를 차렸다. 지난해 우연히 컴퓨터 조각기를 접한 뒤 주력 사업을 바꿨다.

“조각기는 원래 만년필 업체 등 최종재 업체에서 쓰는 설비에 가까웠어요. 하지만 이를 활용해 직접 소비자들과 접하면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월 서울 신림동의 한 쇼핑센터에 1호점을 열었다. 좀 되는 듯하더니 추위를 타기 시작했다. 여름까지 하루 50명 이상의 고객이 찾아와 30만원 정도의 매상을 올렸지만 최근 문을 닫았다. 쇼핑센터 출입구 앞에 자리 잡아 유동 인구는 많았지만 찬바람이 불자 소핑객들이 대부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다. 그는 “고객들이 10~20분 머무르는 영화관 로비나 공항·버스·철도 터미널 등이 최적 입지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구 교보생명 빌딩 등에 매장을 열었다. 서울 영등포 역사 내 롯데시네마와 경기도 부천 CGV 등지에도 부스 설치작업을 하고 있다. 인천공항·서울역사 등에 점포를 넣는 것이 목표다.

인그라비는 가맹비를 받는 프랜차이즈 형태와 좀 다르다. 컴퓨터 조각기를 사면 기기 사용법 교육과 입지 상담 등 매장 개설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창업 비용은 1200만~1500만원(점포비 제외)으로 1000만원 넘는 기계 값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박 대표는 “협력점이 많아지면 소모품 개발에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가령 두 달에 한 번꼴로 갈아줘야 하는 8만원짜리 날을 국산화해 절반 가격에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글=김창우 기자, 사진=양영석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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