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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후보 ‘빅3’ 부인들의 내조

중앙일보

입력

●정동영 후보 부인 민혜경씨-태안 자원 봉사 동행 취재
 
“아유, 이걸 어떡해.” 충남 태안 앞바다 만리포에 도착한 민혜경(51)씨의 안타까운 외침이었다. 해변은 지난 7일 있었던 기름 유출 사고로 군데군데 검게 얼룩져 있었다. 짭조름한 바다 내음 대신 짙은 기름 냄새가 확 끼쳐왔다. 민씨는 망설임 없이 팔을 걷어붙이더니 방제복을 입고 성큼성큼 바다로 걸음을 옮겼다.
 
13일 정동영 후보의 부인 민씨가 당 자원봉사단과 함께 충남 태안군 만리포 해수욕장에서 기름 제거 봉사활동을 벌였다. 오전 10시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 안에서 그는 한 명 한 명 봉사자들의 손을 꼭 잡았다. 기자가 잡은 그의 손은 보드랍고 뜨거웠다. 과연 그 여린 손으로 거친 기름 때를 벗겨낼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었던 것도 잠시, 바다로 나선 그의 손은 생각보다 강했다.
 
민씨는 만리포에서도 가장 오염이 심한 곳으로 향하더니 이미 기름에 절어 시커매진 쓰레받기로 열심히 기름을 퍼내고 양동이에 쓸어 담았다. 알고 보니 민씨는 13대 종손 며느리에, 24년간 시어머니 이형옥(2005년 작고)씨를 모시고 살았던 대한민국 ‘아줌마’였다. 기자도 방제복을 입고 쭈그려 앉아 플라스틱 바가지로 기름을 퍼내보았지만 역부족. 민씨는 아예 고무장갑 낀 손으로 직접 기름을 퍼내기 시작했다.

민씨는 자신을 보러 주민들이 몰려오자 “조금이라도 기름을 더 많이 제거하는 게 가장 급한 일”이라며 봉사활동에 전념하는 모습을 보였다. 주민 곡응창(66)씨가 “60년 넘게 만리포에서만 살았는데 그 곱던 바다가 이 지경이 됐어”라고 탄식하자 민씨는 그를 위로하기도 했다. 그의 방제복은 어느새 기름때에 절어 까맣게 변했다.
 
오후 3시가 돼 현장에서 철수한 봉사단. 민씨는 “힘든 것도 모르고 했다. 직접 와서 보니 너무 안타까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 그는 “기름 때를 걷으면서 우리 현실을 생각해 봤다”며 “우리 현실의 어두운 기름을 걷어서 깨끗하게 하고 싶다”고 여운을 남기는 말도 했다.
 
하지만 이내 스스럼없이 가족 이야기를 꺼내는 민씨는 천상 소탈한 한국 아줌마였다. 민씨는 “청국장을 얼마 전에 떴다”며 메주콩을 삶아 청국장 만드는 법을 신나게 설명하더니 그렇게 만든 청국장을 빵 위에 얹어 먹기도 한다면서 특별한 레시피를 소개하기도 했다.

남편의 넥타이를 직접 골라주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민씨는 “기자 시절부터 신경 써줬다”면서도 정 후보의 피부 관리 비법에 대해서는 “피부 관리가 뭐 있겠어”라며 털털한 웃음을 지었다. 숙명여대 음악과를 나온 그는 좋아하는 드라마로 ‘대조영’과 ‘사랑과 전쟁’을 꼽았다.
 
“요즘은 하루에 4~5시간만 잔다”면서도 주변 사람들까지 두루 챙기는 민씨. 그래도 그는 한 번도 피곤하다고 생각한 적은 없단다. 민씨는 “즐겁고 단순한 마음으로 매사에 임한다”며 지치지 않는 힘의 원천으로 긍정적인 마음을 꼽았다.

태안=구민정 기자 [lychee@jesnews.co.kr]
 
●이명박 후보 부인 김윤옥씨
 
“올해 남편 생일날 아침에는 미역국을 절대 끓여주지 않을 겁니다. 19일이잖아요.” (12월 19일은 이명박 후보 생일과 결혼기념일 그리고 대통령 선거일 3가지가 겹친다. 아침 미역국 대신 자녀들과 저녁 케이크 파티를 할 계획이라며)
 
“대선 후보자들 포스터를 쭉 보면 우리 남편이 제일 잘 생겼어요. 특히 눈이 매력적이에요.” (“눈이 작지만 멀리 그리고 깊게 본다. 매일 밤 우리나라 지도를 꺼내 곳곳을 보면서 고민하는 모습은 진한 감동을 준다”고 말하며)
 
“남편이 평생 결혼기념일을 잊어버리지 않고 매년 챙길 수 있도록 자신의 생일날로 정했어요.” (1970년 결혼 당시 시어머니가 이미 작고해 며느리 결혼기념일을 챙겨줄 사람이 없어 이 후보가 절대 까먹지 않는 방법으로 생일과 결혼기념일을 같게 했다며)
 
이명박 후보의 부인 김윤옥(60)씨는 이화여대 보건교육과를 졸업한 직후 소개로 이 후보를 만나 결혼했다. 이대 메이퀸이었다는 소문은 확인 결과 사실이 아니었지만 과퀸에 꼽힐 정도로 젊은 시절 미모가 빼어났다.
 
김씨는 이 후보가 찾아가지 못하는 중소도시의 재래시장과 복지시설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내조 활동을 하고 있다. 인구 5만~10만의 도시를 찾아 재래시장에서 30~40분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고아원 등 복지시설을 방문하는 것이 포인트.
 
“안녕하세요. 이명박 후보 안사람입니다. 2번입니다”라고 인사말을 건네는 김씨는 여유로운 집안에서 자라 30대 젊은 나이에 ‘대기업 사모님’이 됐지만 ‘귀부인’답지 않게 소탈하고 다부진 스타일이다. 또 긍정적인 사고로 재치 있는 유머 감각이 돋보인다.
 
지난 6~7일에는 평창·태백·정선·사북·동해·인제·홍천·횡성 등 강원도 오지를 도는 1박 2일 유세를 했고 12일에는 대선 후보자 부인 중 가장 먼저 태안 기름 유출 현장에 자원봉사를 다녀왔다. 14일에는 경남 고성·통영·거제를 거쳐 배를 타고 진해로 이동해 재래시장과 재활원을 찾았다. 김씨는 재래시장을 돌며 시장 바닥에 철퍼덕 앉아서 떡볶이와 오뎅 등을 즐겨 먹기도 한다.
 
자신의 헤어와 메이크업은 직접 하고 방송 출연이 있을 경우에는 집(서울 가회동) 근처 미용실에 들른다. 편한 면바지에 점퍼(검은색·밤색·청색 등 짙은색)를 즐겨 입고 파란색 목도리는 필수품. 티셔츠와 조끼 또는 카디건으로 따뜻하게 하고 신발은 편한 랜드로바를 신는다.
 
아침 7시쯤 하루 일정을 시작하는 김씨는 이 후보가 조찬 모임이 없을 경우에는 가벼운 죽이나 된장찌개 등으로 아침 식사를 함께 한다. 목에 좋은 차 등 낮 동안의 간식거리를 준비해주고 각자의 행선지로 떠난다.

밤 11~12시에 돌아오면 다음날 이 후보가 입을 옷을 코디한다. 가회동 집이 옛날 한옥이라 방이 좁아 2개를 터서 안방으로 사용한다. 매일 밤 방 한가운데 벽기둥에 다음날 남편이 입을 바지와 셔츠·겉옷을 걸어놓는다. 넥타이는 어울리는 것 2~3개를 준비하면 이 후보가 골라 맨다.
 
대기업 사모님 시절부터 김씨는 봉사활동에 적극 참여해 청량리 다일공동체 밥퍼를 20년째 해오고 있다. 영등포 보현의 집, 신촌 세브란스병원 소아병동을 한 달에 한 번씩 찾는 봉사활동도 빼먹지 않는다.

한용섭 기자 [orange@ilgan.co.kr]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씨
 
이회창 후보의 부인 한인옥(69)씨는 남편의 스타일리스트 겸 영양사로 활동 중이다. 무소속으로 당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만큼 비용을 들여가며 전문가를 채용하기는 쉽지 않기 때문. 그러나 한씨가 이화여대 가정학과를 나온 데다 평소 패션에 대해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어 여느 스타일리스트보다 세련된 감각을 연출한다는 것이 주위의 귀띔이다.

특히 거리로 들로 산으로 서민층을 찾아다니며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는 이회창 후보의 ‘점퍼 패션’은 한씨의 작품이다. 날카롭고 높아 보이던 이회창 후보를 좀더 편안한 느낌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씨는 남편이 대선을 향해 쉴 틈 없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어떤 것보다도 체력 관리에 주의를 기울이고 있는 상황. 아무리 바쁜 일정이 있더라도 이 후보를 위해 아침상을 차리는 것을 거르지 않는다.

하지만 이 후보와 한씨는 후보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두 집안 자체 내력이 평균 연령의 1.5배를 사는 장수에 강골 집안인 데다 2002년 대선 패배 이후 5년 동안 칩거에 가까운 생활을 하면서 집 근처 한강변을 매일 1시간 정도 산보하는 등 건강을 다져온 덕분에 특별히 다른 건강 요법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다. 다만 한씨는 틈틈이 스트레칭을 하며 몸매와 건강을 관리한다.
 
2002년 대선 당시 한씨는 한복을 입은 우아한 모습 등으로 각인됐지만. 최근 서민적인 행보를 하면서 의상도 많이 바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대해 한씨의 보좌관은 “그동안 한 여사의 그런 면모가 부각되지 않았을 뿐이다.

기본적으로 낮은 곳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변했다고 느끼는 것일 것”이라며 “한 여사는 그냥 평범한 엄마다. 이미 10여 년된 옷을 다시 꺼내 입고 있는 상황이다. 변화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밝혔다. [일간스포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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