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과의 동침, 이회창 “이인제 사랑합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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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속 이회창 후보가 '어제의 적' 민주당 이인제 후보에게 “사랑한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판도라 TV가 최근 벌이고 있는 ‘사랑합니다 ○○○후보님’ 칭찬 릴레이에서다.

이회창 후보는 “이인제 후보는 솔직히 1997년에 제 가슴을 많이 아프게 했다”고 말문을 연 뒤 “그래도 정치를 하는데 있어 특출한 장점을 가진 분”이라고 했다. 그는 “같은 충청도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매우 정열적이고 소신을 가지고 열심히 한다”며 “같이 선의의 경쟁을 하자”고 말했다.

현재 40%대 지지율 독주를 이어가고 있는 이명박 후보와 정치 노선이 다른 정동영 후보보다는 애증의 관계가 깊은 이인제 후보에 대한 앙금이 덜하다는 증거다.

이회창 후보가 이인제 후보에게 남긴 애정의 메시지는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어제의 적군이 오늘의 아군’ ‘정치는 생물’이라는 정가 속설을 그대로 입증하는 셈이다. 두 후보의 애증 관계는 10년 전으로 올라간다. 97년 신한국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인제 후보가 경선 결과에 승복하지 않고 탈당, 국민신당 후보로 대선에 출마해 500만 표 가까이 득표했다.

이회창 후보는 당시 병풍(兵風) 등으로 김대중 민주당 후보에게 40만 표차로 패했다. 이인제 후보의 표가 이회창 후보에게 갔다면 거뜬히 이길 수 있는 상황이었다. 당시 이회창 후보는 “이인제에게 투표하면 김대중 된다”고 말했고 그 말대로 여권의 표가 이인제 후보에게 분산되면서 김대중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2년 대선에서는 두 후보의 갈등이 수그러지는 듯했다. 이인제 후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당시 노무현 후보의 지지율이 급등하자 경선을 중도 포기했고 선거 막판에 민주당을 탈당, 자민련 총재권한대행으로 있으면서 이회창 후보를 간접 지지했다.

2007년 대선. 두 후보는 충청을 연고로 하는 대권 3수생으로 맞붙게 됐다. 최근까지만 해도 두 후보는 서로를 겨냥해 날카롭게 대립각을 세웠다. 이인제 후보는 “나는 적어도 이(회창) 전 총재의 지지율이 곤두박질 친 후에 당을 나왔다”며 “이 전 총재가 나보다 더 죄질이 나쁘다”고 말했다. 이회창 후보는 이인제 민주당 후보와 자신을 비교하는데 대해 불쾌감을 드러내며 “당시 이인제 후보는 경선 패배에 불복한 반면 나는 대의를 위해 탈당했기에 같은 수준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편 ‘칭찬 릴레이’의 첫 주자였던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참주인연합 정근모 후보에게 “과학자이자 교육자였던 길을 버리고 정치에 뛰어든 결단이 대단하다”고 말했다. 정근모 후보는 이회창 후보에게 “고령에도 뚜렷한 소신이 돋보인다”고 이어갔다.

이인제 후보는 새시대참사람연합 전관 후보에게 “높은 국가관과 함께 나라와 민족에 대한 사랑이 큰 분, 내가 대통령이 되어도 같이 일하고 싶은 분이다”라고 말했다.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는 아직 칭찬릴레이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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