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아현 도시가스 폭발사고를 보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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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형사고가 또 일어났다.성수대교 붕괴,분당선전철 불통사고 등에 이어 서울아현 가스공급기지 지하저장소 폭발화재사건이 발생해온 국민을 경악케 하고 있다.
이번 사고의 경우 주택밀집지역에 저장시설을 설치했고 배관시설이 너무 얕게 매설됐으며 노후가 심각하고 위험표지판도 없는 등시공설비상의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여기에 더해 가스공급과 관리기관의 이원화,주민의 가스누출신고 묵살,책임 있는 관리요원의부족,안전관리담당자의 기술 및 주의력 부족,당국의 기민한 대응능력 결여 등 허술한 안전관리체계가 대형참사가 벌어지게 한 원인이다.가스공사 직원들이 계량기점검 작업직후 1차화재가 일어났다고 밝히고 있어 부주의에 의한 자체관리소홀이 직접적인 원인인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뿐만 아니라 성수대교 붕괴참사나 분당선전철불통과 같은 수많은 사고가 날 때마다 공통되는 것은 그 일을 맡은 사람들과 기관의 무사안일주의.무책임.무능력.주의력 및 안전의식 결핍 등과 같은 일상적인 관리능력의 부족문제다.일을 맡고 있는 사람들의 능력과 책임의식이 부족하고 시공에서 관리에 이르는 관계당국의 운영체제가 적절하지 못한 점은 우리사회의 총체적 관리능력 수준을 말해 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냉철하게 점검해 보아야 한다.개인과 조직이 스스로의 문제들을 면밀하게 진단하고 거기에 따라 처방을 내림으로써성숙한 사회로 나아가야 하겠다.지금 우리사회는 30여년간의 개발주의 권위체제를 벗어나 민주주의체제로 전환해 선진사회로 도약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기로에 처해 있는 만큼 민간부문과 국민개인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다.
권위주의체제가 민주주의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는 많은 혼란과사회적인 대가가 치러져야 함을 외국의 여러 사례에서 발견할 수있다.때로는 혼란이 지나쳐 도리어 더욱 혹독한 권위주의체제로 회귀함을 남미의 나라들에서 우리는 빈번히 보아 왔다.역사를 진전시켜 선진사회로 진입시키느냐 아니면 후퇴시키느냐를 결정하는 요소는 그 나라 국민들의 의식과 사회의 전반적인 관리능력임을 명심해야 하겠다.
현정부 출범이후 대형사고가 계속되는 것은 어쩌면 정부보다 사회각계의 관계자나 시민이 더 큰 책임을 느껴야 하는게 아닌지 반문해야 한다.물론 정부의 책임이 면해지는 것은 아니지만 민주화시대의 정부와 민간부문의 책임 소재가 재정립되어 야 하기 때문이다.민영화와 민간자율이 추진되고 정부규제가 철폐되는 것과 민간부문의 책임증대는 비례하는 것이다.
이제 모든 국민은 대형참사의 책임을 정부에 엄격히 묻는 한편관련기업과 민간부문의 관리능력부족에도 호된 질책을 해야 하겠다.그동안 사고를 낸 가스공사나 지하철공사의 경우에는 정부와 민간의 사이에 있는 공기업들이고 청주호 유람선화재 나 성수대교 시공 등의 경우에는 순수 민간기업들이다.정부의 통제와 규제로 자율성이 부족했던 민간기업들도 이제는 스스로의 관리능력을 높여야 한다.기업뿐만 아니라 사회각계의 일상적인 관리능력도 향상되어야 한다.
정부가 세계화를 표방하고 선진한국을 강조하는 지금 미개한 후진국에서도 없는 대형참사들을 더 이상 겪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와 사회각계 모두에 결연한 각오와 혁신적인 조치가 있어야 하겠다. 첫째,모든 직업인들이 철저한 직업의식과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민간기업.공기업.정부를 가리지 않고 어느 조직에 소속되어있더라도 스스로의 직무에 책임감을 갖고 새로운 과학기술능력을 습득해 사회전체의 자율적인 관리능력수준을 질적으로 한 단계 높여야 한다.
둘째,민간기업과 공기업은 세계의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경영혁신과 직원의 능력향상을 추진해야 한다.안전관리능력은 가장초보적인 것인 만큼 더 이상 부끄러운 일이 없도록 하면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한국이 선진국으로 도 약하는 데 원동력이 되어야 하겠다.
셋째,정부는 국가안전관리 점검체계를 확립해 중앙과 지방정부의관련업무 안전관리를 철저히 하되 민영화.민간화.분권화와 같은 민주화조치는 계속 추진해야 한다.최근 발표한 중앙행정조직 개편뿐만 아니라 지방행정조직개편도 세계화목표에 맞게 과감히 지속적으로 실천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국민들도 성숙한 시민의식을 발휘,정부와 민간기업에대한 감시와 더불어 스스로 동참해 세계 속의 선진한국을 이루는데 적극적으로 헌신.봉사해야 하겠다.모든 국민이 선진민주사회의주인이고 세계로의 도약은 이 시대 우리의 역 사적 사명이기 때문이다.이번 사건으로 모처럼 국민들의 지지를 회복하고 있는 정부의 세계화 추진계획이 지연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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