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첨단비즈니스>실리콘밸리와 국내 PC산업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3면

우리나라 개인용컴퓨터(PC)산업의 국제경쟁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한다.
국내언론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금년 1월부터 9월까지의 우리나라 PC 수출액은 2억1천9백12만3천달러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25.8%나 줄어들었다.
산업은행도 지난 10월말 발행한 「세계속의 한국산업 94」라는 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PC업계가 대만등 경쟁국들보다 가격경쟁력에서 열세에 있다고 지적했다.우리나라에 비하면 내로라할만한대기업도 없는 대만이 어떻게 우리보다 싼 제품을 먼저 공급할 수 있을까.대만이 우리보다 싼값에 인텔의 마이크로 프로세서를 구매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해도 여기에는 대만의 구매물량이 우리보다 많다는데 근본적 이유가 있다고 보아야 하며,우리는 대만의PC산업이 그 규모에서도 우리를 능가하게 된 까닭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산업구조가 대기업 중심으로 형성돼 있다는 것이 급격한 시장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하는 PC업계에서는 오히려 약점으로 작용했다는 것도 한 까닭이라고 생각된다.그러나 우리나라 PC산업의 부진을 초래한 또하나의 중요한 원인 은 컴퓨터산업의 중심지인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한국계 기업이 거의 없다는 데에도 있다.실리콘밸리에는 3천여개의 제조업체가 있는데 이중 중국계 기업의 비중은 엄청나다.
실리콘밸리내 10대 산업협회에 속하는 단체중에 「아시안-아메리칸생산자협회」(AAMA)라는 기구가 있는데 회원사로 등록된 5백여개 업체중 3분의 2이상이 중국계다.
실리콘밸리에 있는 중국계 기업들은 대만의 컴퓨터업계와 끊임없이 정보를 교류,싼값의 제품을 남보다 먼저 미국시장에 공급하고있다.실리콘밸리의 첨단업계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민족은 중국계 뿐 아니다.인도가 소프트웨어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도 실리콘밸리에 포진한 인도 엔지니어들의 역할에 힘입은 바 크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스라엘계 엔지니어들도 「Jewish Hightech Community」라는 기구를 이 지역에서 결성,월례모임을 통해 정보를 교환하고 있다.우리는 이제라도 첨단 산업의 본고장에서 제품개발과 시장개척에 도전하는 한국계 기업들을 육성 해야 한다.
이는 PC산업이나 실리콘밸리라는 특정지역에만 해당되는 것도 아니다.멀티미디어.소프트웨어.생명공학등 우리나라의 전략산업이라고 하는 첨단 기술산업 육성의 첫 걸음은 한두명이라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선진산업 현장에 파견,기술과 시장 의 흐름을 끊임없이 읽어내는데 있다고 생각된다.
金雄培〈「실리콘밸리 뉴스」발행인〉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