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갈수록 포악해지는 10대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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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경기도 부천 초등학생 2명을 살해했다고 자백한 10대를 조사 중이라는 경찰의 발표는 너무나 충격적이다. 청소년의 학내외 폭력과 범죄가 어제오늘의 현상은 아니지만 최근 들어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는 것은 기성세대의 책임이다.

급우를 집단으로 괴롭히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될 정도로 청소년 폭력은 여간 심각하지 않다. 지난해 청소년보호위가 초.중.고생 1만4천6백여명을 조사한 결과 26.1%가 학교폭력과 집단따돌림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죽하면 왕따 피해 학생이 밤거리보다 학교가 더 무서운 곳이라고 말하겠는가. 특히 초등생의 경우 35%가 피해 경험이 있다고 한다. 종전에 중.고생 사이에서 빈발했던 폭력이 이제는 초등학교에서도 만연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생 3명이 상급생에 의해 실내온도 40도가 넘는 보일러실에 감금됐다가 8시간 만에 구조된 끔찍한 사건을 보면 청소년 범죄의 실태를 생생하게 알 수 있다. 가해 학생은 하급생을 팬티만 입히고 손을 공업용 테이프로 묶었다고 하니 성인 범죄의 수법과 하나도 다르지 않다.

청소년 범죄는 모방범행이 대부분이다. 교내의 불량 서클과 영상 매체의 폭력 우상화 등이 미성숙한 청소년들을 망쳐 놓는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영화가 인기를 모으고, 일본 만화의 개방도 폭력과 범죄를 동경하는, 비뚤어진 생각을 갖게 하는 데 일조하고 있다. 점점 연령이 낮아지는 청소년 비행을 방치했다가는 장차 나라 전체가 범죄소굴이 될 판이다. 피해 학생이 가장 고민하는 것은 보복이 두려워 부모나 교사에게 알리지 못한다는 점이다. 우선 검찰과 경찰.학교는 학생이 마음놓고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완벽하게 구축해야 한다. 거칠어지는 학생의 품성을 순화할 인성교육도 중요하다. 내적 상처가 있는 청소년들이 폭력으로 빠지기 전에 치유할 프로그램도 있어야 한다. 가정의 책임도 크다. 자식들에게만 도덕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어른들의 행동이 아이들의 행동을 결정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