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프린스 사고 생태조사 책임자가 본 암울한 태안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0호 07면

유재명 박사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생한 원유 유출 사고는 국내에서 발생한 유사 사고 가운데 최대 규모다. 현재까지 약 1만500t의 기름이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이전까지는 1995년 7월 전남 여수 소리도 인근에서 유조선 시프린스호가 좌초한 것이 가장 큰 기름 유출 사고였다.

망둥이 사라지고, 갯벌 생태계 회복 10년 이상 걸릴 듯

당시 5000t의 기름이 바다와 해안을 검게 물들였다. 지금까지도 갯벌에 기름 흔적이 있고, 생태계는 아직도 회복 중이다. 주민들은 해삼·소라 등을 찾아보기 어렵다고 말한다.

한국해양연구원 등은 시프린스 사고 이듬해인 96년 장기 현장조사를 시작해 현재 보고서를 마무리하는 단계다. 시프린스 사고 현장의 생태조사 총괄 책임자인 한국해양연구원 유재명 책임연구원(해양생물학 박사)은 태안 사고가 당시보다 피해가 더 클 것으로 예상했다. “소리도 인근보다 방제인력이 현장에 접근하기 좋아 방제는 빨라졌지만, 오염 지역이 워낙 넓고 갯벌·양식장 등이 밀집해 있어 피해 규모는 훨씬 클 것 같습니다.”

북서풍 때문에 기름이 바로 연안으로 밀려드는 것도 피해가 커지는 요인이다. 유 책임연구원은 서해안이 기름 오염 사고에 가장 취약한 곳이라고 지적했다.

“남해와 동해의 경우는 기름이 해수면에 뜹니다. 그런데 서해는 조류가 워낙 세서 파도가 오일 펜스(기름을 차단하기 위해 쳐놓은 울타리)를 넘고, 밀물이 들이치는 사리 때는 펜스 밑으로 들어와 기존의 방제 방법이 잘 먹혀들지 않습니다.”

그는 또 태풍의 길목에 있는 소리도 해역보다 새로운 해수가 잘 유입되지 않는 태안의 특성 때문에 생태계 회복이 더딜 것으로 내다봤다.

유 책임연구원이 시프린스 사고 지역을 조사한 결과를 바탕으로 태안 앞바다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예측했다. 갯벌·수중·해저 생태계 등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