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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귤러, AT&T 와이어리스 인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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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 3위의 이동통신회사인 AT&T와이어리스 인수전에서 미국 2위인 싱귤러가 유럽 최대인 보다폰을 제치고 승리했다.

이로써 싱귤러는 버라이존와이어리스를 누르고 미국에서 업계 1위로 도약할 수 있게 됐다. 현재 미국 전역에 2천4백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는 싱귤러는 단번에 가입자를 두배로 늘릴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이동통신시장은 그 규모(연매출 8백30억달러)에 비해 업체가 너무 난립해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이번 합병으로 업체수가 줄면 가격 인하 경쟁이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1억5천5백만명의 미국 가입자를 대상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6개 회사가 경쟁하다보니 이동전화요금은 2001년 이후 36%나 떨어졌다.

◇사상 최대의 현금 M&A=싱귤러는 17일(현지시간) AT&T와이어리스를 지난 금요일 종가에 27%의 프리미엄을 얹은 주당 15달러(총 4백10억달러)에 인수키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주당 14달러(총 3백80억달러)를 제시한 보다폰을 누른 것이다. 특히 현금으로 지불되는 4백10억달러의 인수 금액은 세계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의 현금거래로 기록됐다.

AT&T와이어리스는 싱귤러와 보다폰이 치열한 인수전을 벌인 덕분에 큰 이득을 봤다. 지난달 회사 매각 방침을 처음 밝혔을 때만 해도 업계 관계자들은 주당 11달러(총 3백억달러) 정도로 예상했으나 결국 1백억달러 이상 더 받고 회사를 판 것이다. 그러나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싱귤러의 장기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에 편입한다고 밝혔다. 인수가격이 예상보다 높은 데다 AT&T와이어리스의 채무(약 1백억달러)까지 감안하면 향후 자금사정이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S&P는 싱귤러의 모기업인 SBC커뮤니케이션(지분 60%)과 벨사우스(40%)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분류했다.

◇세계 이동통신업계에 후폭풍=인수 협상에서 패배했다는 '희소식'이 전해지자 보다폰 주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AT&T와이어리스 인수로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될 것이란 우려가 사라졌기 때문이다. 보다폰의 주가는 인수전에서 패배했다는 소식에 오히려 상승했다.

보다폰은 이번 협상으로 주주와의 신뢰 관계에 상처를 받았다. 현재 미국의 최대 사업자인 버라이존와이어리스와의 관계도 소원해질 위기에 빠졌다. 이번 협상에서 승리했다면 보다폰은 버라이존와이어리스의 지분 45%를 처분해야 했다.

일본 최대 이동통신회사인 NTT도코모도 AT&T와이어리스 지분 약 17%를 모두 처분하고 미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 1백억달러를 AT&T와이어리스에 투자했던 도코모는 한때 AT&T와이어리스를 인수하려 했으나 그동안 투자손실이 너무 컸던 데다 추가 인수비용을 마련할 엄두가 나지 않자 아예 미국시장을 떠나기로 한 것이다. 도코모가 AT&T 투자로 입게 되는 최종 손실은 4천4백억엔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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