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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 펴낸 만화가 강현준 "고양이가 지구의 지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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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원래 고양이가 지구의 지배자였는데, 다스리기가 귀찮아서 인간에게 넘겨줬대요. 인터넷에서 읽은 얘기인데 그럴싸하지 않아요?"

고양이를 길러 본 사람이라면 만화가 강현준(본명 강미령.32)씨의 이런 말에 맞장구를 칠 법하다. 말이 애완동물이지 고양이 본연의 도도한 품성에 비위를 맞추자면 누가 주인이고 누가 애완동물인지 헷갈릴 정도다.

최근 완간된 강씨의 만화'캣'(전5권.서울문화사.각 4천원)에는 고양이 주인과 고양이의 이런 주객전도된 처지가 적나라하게 그려져 있어 보는 이의 웃음을 자아낸다. 주인공인 독신의 만화가 K는 고양이를 자신의 방식대로 길들이려고 하지만 번번이 한 수 위인 고양이에게 허를 찔리고 만다. 에피소드 형식으로 구성된 이 만화는 시공을 뛰어넘는 설정도 곧잘 등장해 재미를 더한다. 집고양이와 들고양이가 저마다 장기로 마치 무림의 협객처럼 대결을 벌이기도 한다. "원래 패러디를 좋아해요. 짤막한 분량이라 서사적인 재미를 주기 힘드니까 널리 알려진 다른 이야기를 빌려서 재미를 주는거죠."

'캣'은 본래 1993~99년 순정만화 잡지에 연재했던 작품이다. 한동안 절판되었다가 최근 '왓츠 마이클' '묘한 고양이 쿠로' 등 일본산 고양이 만화가 인기를 누리는 흐름에 힘입어 복간됐다. "중학교 때부터 고양이를 길렀어요. 자식 자랑을 하고 싶은 부모 마음처럼 우리 고양이가 이렇게 대견하다고 자랑을 하고 싶어 그리게 된 만화예요. 처음에는 한두 쪽씩 펑크난 남의 원고 대신 그렸었는데 그게 점차 4쪽, 8쪽짜리 분량이 됐어요."

강씨는 요즘도 길에서 주운 것과 친구에게 분양받은 것 두 마리 고양이를 기른다. "이제는 많이 달라졌지만 처음 연재할 때만 해도 동물만화가 별로 없었어요. 고양이를 싫어하는 사람도 많았고요. 제 만화를 보고 고양이에 대한 혐오감이 사라졌다는 독자의 편지를 받았을 때가 제일 기뻤어요."

남성적인 필명과 달리 강씨는 초등학교 2학년생 딸을 둔 어머니다. 데뷔한 지 10여년이 됐지만 과작(寡作)인 편이어서 그동안 출간된 작품은 '캣'과 단행본으로 연재 중인 '납골당 모녀'정도다. "한 가지 일을 진득하게 못해요. 팬터지 소설도 쓰고, 아동물 삽화도 그리고 아무튼 잡스럽게 여러가지 일을 좋아서 해요." 그런 와중에 다음 작품으로는 고양이 혹은 고양이 주인 시점의 일기 형식 만화를 그려볼까 한다고 밝혔다.

이후남 기자
사진=신인섭 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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