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Story] 해외 명품 브랜드 거품 쏙쏙 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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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SK네트웍스가 미국에서 파는 수입차를 들여와 외제차 시장에 가격파괴 바람을 불러 일으켰다. 같은 바람이 명품 구두 시장에도 불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제화업체인 금강제화가 이달 초부터 해외 딜러로부터 유명 브랜드 구두를 수입, 판매하고 있다. 발리·구찌·페라가모 등 3개 브랜드다. 판매 가격은 공식 수입업체와 같다. 하지만 시중에 금강제화 상품권이 20~25% 정도 할인돼 유통되고 있어 소비자들은 그만큼 싼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특히 금강제화가 세일을 하는 기간엔 다른 제품과 마찬가지로 세일(할인 폭 20%) 가격에 구입할 수 있으므로 가격은 더 내려간다. 이럴 경우 공식 가격이 61만5000원인 구찌 구두(모델명 161471)는 30만원대 후반에, 45만8000원짜리 페라가모 구두(모델명 RAISSA)는 20만원대 후반에 살 수 있다.

 현재 서울 명동·강남점, 대구·부산점 등 전국 4곳의 직영 매장에서 시범 판매하고 있는 이 회사는 앞으로 수입량은 물론 명품 구두를 파는 매장까지 늘려나갈 계획이다. 내달부터 프라다도 들여온다.

 ◆“여러 구두를 파는 매장으로 만들겠다”=그동안 명품 구두는 공식 수입업체 매장에서 주로 팔렸다. 또 해외 도매상을 통해 수입돼 재래시장이나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팔리기도 했다. 금강제화의 이번 조치로 이 시장이 확 흔들릴 전망이다. 싼 가격을 찾아 소비자가 몰릴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벌써 그런 조짐이 보였다. 광고 선전도 하지 않았는데 시범 판매 열흘 만에 200여 켤레가 팔렸다. 예상을 넘어선 판매량이다. 이 회사 상품기획팀 김승범 과장은 “1차 수입 물량이 2000켤레인데 연말연시 특수를 감안하면 내년 초에는 다 팔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이미 내년 봄 판매물량 4000여 켤레를 주문해 놓았다.

 국내 브랜드 제화 시장의 20~3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금강제화가 왜 해외 명품 브랜드를 수입할까. 회사 측은 “소비자의 매장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공식 수입업체가 3만~5만원 정도를 받는 수선비도 무료로 해주겠다고 했다. 제화업계 관계자는 “금강제화의 전국 네트워크로 명품 구두를 본격적으로 팔면 수입업체들도 가격을 내리지 않을 재간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애프터서비스 문제 생길 것”…반발하는 수입업계=해당 브랜드의 한국법인이나 공식 수입업체는 반격을 가했다. 리본 같은 부속품을 구하지 못해 수선에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찌코리아 영업팀 문장원씨는 “바닥이나 굽 같은 소모품은 유사한 것으로 바꾼다 쳐도, 리본·버클 같은 장식품을 똑같은 것으로 구할 수는 없다”며 “작은 것도 세심하게 따지는 명품 고객들이 외면할 것”이라고 말했다.

 발리 수입업체는 ‘금강제화에 제품을 공급하지 말라’고 본사에 요청했다. 발리 수입업체인 코사리베르만 이승은 대리는 “동남아 지역의 도매업자가 스위스 본사의 허락을 받지 않고 제품을 금강제화에 판 것 같다”며 “본사에서 앞으로 제품을 공급하지 않겠다고 알려왔다”고 밝혔다.

임미진·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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