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 나이 서른 … ‘잔치’ 는 끝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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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프로야구 두산의 간판선수 홍성흔(30)이 최근 김경문 감독에게 트레이드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포수를 계속하고 싶다. 포수로 뛸 수 있는 팀으로 보내 달라”는 것이다. 올해 두산의 주전 마스크는 사실상 프로 4년차 채상병(28)에게 넘어갔다. 두산 구단은 1루수나 외야수로의 보직 변경을 요구했으나 홍성흔은 자기 자리가 없어진 이상 두산에 남을 이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국내 대표 포수 중 한 명인 홍성흔의 부진과 이에 따른 트레이드 요구는 근본적으로 포수의 수명과 관련돼 있다. 30대 포수의 급격한 노쇠화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부닥치는 문제다.

◆30대 포수 위기론=포수가 서른 즈음에 한 차례 고비를 맞는다는 것은 거의 정설로 굳어져 있다. 포수 출신인 김경문 감독도 “포수는 서른이 지나면 위기가 온다”고 말했다. 10㎏ 안팎의 무거운 장비를 착용하고 경기 내내 쪼그려 앉아 있고, 발을 쳐들고 들어오는 주자를 몸으로 막아야 하는 포수는 프로 데뷔 10년, 1000경기 출장 이후 무릎과 어깨 등을 자주 다치게 된다는 것이다. 프로 9년차인 홍성흔도 지난해 오른 팔꿈치 수술 뒤 2루 송구 능력에 빨간 불이 켜졌다. 과거 삼성의 홈런왕 이만수(현 SK 수석코치)도 그랬고, 뉴욕 양키스의 명포수 요기 베라도 마찬가지였다.

◆“포수의 정년은 없다”=그러나 해결책도 있다. 전문가들은 “시련을 이긴 포수에겐 정년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재능 있는 포수 자원이 부족한 현실에서 경험 많은 베테랑 포수의 무게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두산 김태룡 운영부장은 “아마추어 야구에서 제대로 포수 훈련을 시킬 수 있는 지도자가 많지 않다”고 말한다.

수많은 실전 경험에서 나오는 센스 있는 상황대처 능력, 상대 타자에 대한 정교한 데이터 분석과 안정된 투수 리드는 노련한 포수가 갖는 무기다. 현대 김동수(39), SK 박경완(35)이 대표적인 예다. SK 민경삼 운영부장은 “좋은 포수는 찾는다기보다 키운다는 말이 맞다. 그런 만큼 시간이 많이 걸린다. 노장 포수는 약해진 어깨를 기술이나 관록으로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홍성흔의 미래는=홍성흔이 트레이드 시장에 나온다고 해도 당장 마땅한 팀을 찾긴 어렵다. 올해 연봉 3억1000만원인 홍성흔에 맞출 카드를 찾기가 쉽지 않고, 프로 8개 팀에는 확실한 주전과 백업 포수가 이미 정해져 있다.  

김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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