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사설

공직사회, 또 줄서기 추태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4면

정권 말기에 어김없이 나타나는 꼴불견이 있다. 바로 공직사회의 줄서기다. 잘나가는 공직자는 자리를 지키기 위해, 한직에 있는 공직자는 인생 역전을 위해 바쁘게 움직인다. 학연과 지연 등 인맥을 총동원한다. 김영삼·김대중 정부 때 공직자들은 지연이나 가신 그룹과의 친분을 내세웠고, 노무현 정부에선 386 젊은 실세와 인연을 만드는 데 매달렸다. 출세를 향한 배신의 계절에 소신이나 사명감이 있을 리 없다.

 이번에도 공직사회의 줄서기가 극성을 부리는 모양이다. 일부 대선 후보는 사람이 너무 많이 찾아온다며 사양할 정도라는 것이다. 과천 관가에선 이 정부의 성역인 지역 균형 발전과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나라가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것을 알면서도 5년 내내 비겁하게 움츠리고 있다가 이제야 말을 꺼내는 것이다.

 각 부처는 정부 조직 개편에 대비해 생존 논리를 만드는 데도 여념이 없다. 이처럼 공직사회가 어수선하니 국정은 누가 챙기는지 답답한 노릇이다. 태안 기름 유출 사고에 제때 대응하지 못하고, 총기 탈취범이 전국을 1주일 동안 휘젓고 다니는 게 우연이 아니다.

 왜 정권 말기마다 공직사회의 줄서기가 반복되는가. 줄서기에 능한 해바라기 공직자가 출세 가도를 달렸기 때문이다. 과거 수십 년 동안 후배 공직자가 보고 배운 게 이런 것이다. 후배들은 완장을 바꿔 찬 선배들이 소신을 버리고 정권 입맛에 맞추더니 장관도 하고, 국회의원도 하는 것을 봤다. 그런 것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겠는가.

 공직사회의 부끄러운 전통을 끊어야 한다. 공무원의 독립과 소신을 스스로 지켜 나갈 때 정치권도, 권력도 공직사회를 우습게 보지 못하는 것이다. 출세에 눈이 먼 해바라기 공직자는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라. 기존의 해바라기 공직자는 물론이고, 이번에 새롭게 해바라기를 해 보겠다고 대선 캠프를 기웃거리는 사람을 멀리하기 바란다. 이런 기회주의적인 사람들이 나라를 망치고, 국민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다. 새 정권은 묵묵히 맡은 일을 하며 자리를 걸고 소신을 얘기하는 강직한 공직자를 중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