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채권금리 큰 폭 하락 금융시장 혼란 진정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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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2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깜짝 발표’로 미국·유럽의 증시가 일제히 반등했다. 치솟던 국제 금리도 하락했다. FRB 등 5개 중앙은행이 동맹을 맺고, 금융시장에 돈을 풀기로 한 발표가 약이 된 셈이다. 이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이다. 13일 채권금리가 하락하고, 금리 급등을 부추겼던 외환파생상품시장의 혼란도 어느 정도 가라앉았다. 그러나 채권시장의 뇌관은 아직 남아 있다. 은행권의 자금 부족이 여전해 은행채 발행 증가에 따른 채권 값 급락 위험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주요 중앙은행이 뭉쳤다=FRB와 유럽중앙은행(ECB), 영국·캐나다·스위스 중앙은행 등 5개 중앙은행은 17일과 20일 모두 400억 달러를 시중은행들에 제공하기로 했다. 내년 1월에도 두 차례 자금이 추가로 공급된다. 호주 중앙은행은 별도의 자금을 시장에 제공하고, 일본은행은 이번 조치에 적극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이번 조치는 9·11 테러 사건 이후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최대 규모의 국제 연대”고 보도했다.

이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발 금융위기가 확산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한 것이다. 각국 중앙은행은 모기지 사태를 방치하면 자칫 세계경제의 동반 침체를 불러올 수 있다는 데 인식을 같이했다. 앨리스테어 달링 영국 재무장관은 “세계 중앙은행들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는 명확한 신호를 세계시장에 보낸 것”이라며 “금융시장이 불안해지면 중앙은행들은 다시 개입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시장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FRB의 발표 이후 5.15%까지 치솟았던 리보(런던 은행 간 대출금리)는 장중 4.88%까지 하락했다. 세계 최대의 채권펀드인 핌코의 빌 그로스는 “이번 조치가 은행들의 대출 기피 현상을 타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금융시장은=7일 6.11%로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던 3년짜리 국고채 금리는 이날 0.13%포인트 떨어진 5.89%로 마감했다. 3년 만기 회사채 금리도 0.11%포인트 하락했다. 지난달 말 이후 금리가 급등락하며 극심한 혼란을 겪던 채권시장이 다소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아이투신운용 김형호 채권운용본부장은 “꽉 막혔던 해외자금 조달에 다소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에 따라 이날 채권금리가 급락했다”며 “당분간 채권시장의 안정세는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채권 금리를 끌어올린 주범이었던 은행권의 자금 고갈 상황은 여전했다. 돈이 모자란 은행들이 양도성예금증서(CD) 발행을 계속 늘리면서 이날 CD 금리는 0.1%포인트가 오른 5.7%를 기록했다. 2001년 6월 이후 최고치다.

김준현·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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