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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반위의 구도자 알프레드 브렌델 “내년말은퇴할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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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알프레드 브렌델(76·사진)은 피아니스트들이 특히 좋아하는 피아니스트다. 신예 피아니스트 손열음(21)·김선욱(19)은 브렌델에 대해 “한계가 없는 연주자”라며 존경을 표한다. 베토벤·슈베르트 소나타 등 피아니스트의 필수 연주 곡목을 완벽하게 표현한 연주자이기 때문이다.

 그런 브렌델이 최근 은퇴 결심을 밝혔다. 그의 홍보를 담당하는 조세핀 헴싱은 AP통신과 시카고 트리뷴 등을 통해 “브렌델이 2008년 12월 18일의 연주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최고의 연주를 해봤다”는 것이 무대를 내려오는 이유다. 헴싱은 이어 “건강상태는 완벽하며 현재는 유럽 투어 중이기 때문에 당사자의 발표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따르면 브렌델은 오스트리아 빈의 뮤직훼라인 극장에서 빈필과 함께 모차르트의 협주곡을 연주한 후 무대를 떠난다. 그의 마지막 곡은 역설적으로, ‘Jeunehomme(젊은 남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는 협주곡 9번이다.

 20세기 후반의 피아니스트 중 마르타 아르헤리치(66), 마우리치오 폴리니(65) 등과 함께 최고로 꼽히는 브렌델의 은퇴는 국내 팬들에게 특히 안타까운 소식이다. 그는 국내 공연 관계자들의 끈질긴 러브콜에도 불구하고 내한 공연을 하지 않은 피아니스트로 기록되고 있다. 공연기획사 마스트미디어의 김용관 대표는 “가장 데려오고 싶었던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었던 그는 내한 공연 제안을 번번이 거절했다”며 “장거리 여행을 싫어하는 편인데다 한국의 청중에 대한 기대감이 크지 않기 때문인 듯하다”고 전했다. 브렌델은 2001년 70회 생일을 기념한 페스티벌을 일본에서 연 후 “장거리 연주여행은 이제 끝”이라고 선언한 적도 있었다.

◆알프레드 브렌델=유고슬라비아 태생. 18세에 부조니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일약 스타에 올랐다. 이후 베토벤 소나타 전곡 연주 및 녹음 등으로 세계 최고의 피아니스트 자리를 확고히 했다. 슈베르트 소나타를 자신의 주요 레퍼토리에 추가했고 작곡가의 의도를 분석해 정확히 파악하는 학구적인 피아니스트로 알려져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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