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시 바닷모래 염분 1200여동 건설부,정밀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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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바닷모래.단순한 골재(骨材)의 하나일 뿐인 바닷모래가 요즘 새삼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다.지난 91년 봄 신도시 부실 파동때 많은 사람들을 분개하게 만들었던 바닷모래가 성수대교사고를 계기로 신도시 아파트의 안전과 관련해 다 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바닷모래 사용은 덮어놓고 불안해 할 일이 결코 아니다.바닷모래는 외국도 우리도 어차피 써야할 골재며,유통관리를 제대로 하고 안전관리대책만 잘 세운다면 골재난 해소에 「효자」 노릇을 할 수 도 있다.게다가 안전상 문제가 된다 하더라도 잘씻어 소금기를 빼고 사용하면 문제가 없으며,도로 밑바닥포장용이나 벽돌용으로 쓰면 동파(凍破)를 막는등 오히려 좋은 점도 있다고 건설 전문가들은 말한다.또한 바닷모래가 철근을 부식시킨다하더라도 건물 자체에까지 균열등의 이상이 나타나려면 최소한 10년 이상이 걸리며,따라서 이 기간중 안전점검을 철저히 해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마음을 놓을 수도 있는 일이다. 실제로 철근에 전기를 흘려 부식을 막거나,방수(防水)조치로 물과 공기가 철근에 닿지 않도록 해 부식을 막는 방법등이외국에서도 쓰이고 있고 국내에서도 실용화돼 있다.
요컨대「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 뚜껑 보고 놀란다」는 식으로덮어놓고 신도시 아파트의 안전을 걱정하는 것은 옳지 않으며,바닷모래의 정확한 실상을 알고 안전점검을 통해 차분히 필요한 조치를 취하면 된다는 것이다.마침 건설부도 지난 10일부터 약 7개월간 예정으로 건설기술연구원 등의 관계 전문가들을 동원,5개 신도시 아파트 1천2백여동(棟)을 대상으로 하나 하나 바닷모래 사용 정도를 조사하는 안전 점검에 착수했다.
이들 조사 대상 아파트는 지난 90~91년 사이에 지어진 것으로 소금기를 잘 빼지 않은 바닷모래를 썼을 가능성이 큰 아파트들이다.바닷모래의 「실체(實體)」와 신도시 아파트의 안전문제를 짚어 본다.
◇바닷모래와 건축물의 안전=바닷모래가 마치 부실공사의 원흉처럼 거론되는 것은 제대로 씻지 않은 채 사용할 경우 염분이 철근을 녹슬게 하고 이 녹 때문에 철근이 최고 2.5배까지 부풀면서 콘크리트를 균열시켜 결국 건물이 무너지게 될 위험이 높기때문이다.
염분 포함량과 건축물의 안전에 관한 정확한 통계는 나와 있지않지만 일반적으로 염분함유량이 0.04%를 웃돌면 시공으로부터10년 정도 지나 철근 부식등 부작용이 나타난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국내 사용 실태=정부는 2백만 가구 주택건설을 추진하면서 자재부족을 메우기 위해 바다골재 사용을 지난 89년부터허용했다.그러나 건설업체들은 그 이전부터 이미 바닷모래를 사용하고 있었다.
〈朴義俊기자〉 특히 제주도나 부산 등지에서는 하천 골재가 태부족 상태여서 바닷모래를 쓸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이야기다.여기다 지난 90~91년에는 신도시 아파트 건립에 제대로세척되지 않은 바닷모래가 많이 사용돼 큰 파문이 일었다.
건설부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건설업체들의 모래 사용량은 지난 85년에만 해도 5천9백만입방m에 불과했으나 올해는 1억2천8백만입방m로 늘어나는 데 이어 98년엔 1억6천4백만입방m로까지 증가할 전망이다.
이 중 바닷모래 사용 비율은 91년의 경우 16% 정도였으나올해는 20%에 이르고,오는 98년에는 26%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의 사례=네덜란드는 전체 모래 사용량 가운데 85%를,일본은 15% 가량을 바닷모래로 충당한다.이밖에 영국등 많은 나라에서도 바닷모래를 쓰고 있는데 이들은 물론 일찍부터(일본의경우는 70년부터) 모래는 물론 심지어 시멘트에 함유된 염분조차 엄격한 총량 규제를 해 왔다.
◇신도시 안전점검=지난 92년 신도시 점검에 참여했던 대구대정재동(鄭載東.대한건축학회 재료.시공분야 전문위원)교수는 『당시 5개 신도시 아파트를 대상으로 염분 조사를 한 결과 기준치(0.04%)를 웃도는 곳이 상당수 있었다』면서 『염분이 많이나온 아파트는 5년이나 10년 단위로 계속 안전 여부를 가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성수대교 붕괴사고가 나자 건설부는 지난10일부터 비밀리에 분당.일산.평촌.중동등 신도시 아파트에 대한 대대적인 안전점검에 나섰다.
건설기술연구원등 11개 기관의 협조를 얻어 6개월20일간 계속되는 이번 점검에서 건설부는 바닷모래를 사용한 아파트 1천2백여동의 안전도를 전수(全數)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조사는 특히 아파트의 벽을 일일이 드릴 등으로 뚫고 염분 함량 조사를 실시,안전에 문제가 있는 곳은 보수등 조치를 취할 계획이다.
◇안전조치=鄭교수는 『바닷모래를 사용한 아파트의 철근이 부식되는 것은 산화(酸化)가 진행되기 때문』이라면서『철근에 전기를흐르게 해 산화의 진행을 막는 방식을 사용하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이와는 별도로 현재 건설부는 바닷모래를 사용한 아파트벽면 등에 물이 스며들지 못하도록 방수처리를 완벽하게 하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
전기 작용에 의해서가 아니라도 공기와 물을 차단하면 역시 산화가 진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통관리 대책=건설부는 이번에 아예 골재채취법을 바꿔 바닷모래에 대한 염분조사를 제대로 하지않거나 염분이 많이 섞인 모래를 철근 구조물 공사에 공급하는 업체는 영업정지나 허가취소하는 방안을 강구키로 했다.이에 앞서 건설부는 이미 지난해 말 건설기술관리법을 개정,품질시험 대상 건설자재에 바닷모래를 정식으로 포함하고 시험을 제대로 하지 않은 업체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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