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수익에만 급급한 競輪행정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경륜이 과연 당초 표방했던대로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지난달 15일 출범한 경륜은 지금까지 한달여를 시범적으로 시행한 결과 연일 기대이상의 많은 관중이 몰려들어 사업성패의 관건이라할 관중동원에는 일단 성공작이라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오고있다. 또 시행주최인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차권(車券)구입가의 상한선을 당초 예정했던 3만원에서 1만원으로 하향조정한 것도 관중이 큰 부담을 갖지 않으면서도 박진감 넘치는 경륜 특유의 묘미를 만끽할 수 있게 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분석이다.
따라서 3월부터 11월까지 8개월간 본격적으로 개최되는 내년시즌부터는 체육진흥공단이 이 사업을 어떻게 끌고 가느냐에 따라건전 레저스포츠로서의 정착여부가 달려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최근 공단이 추진하고 있는 몇가지 사항을 보면 경륜을사행심을 부추기는 방향으로 끌고 가지 않나 하는 의구심을 갖게한다. 이같은 의혹의 첫번째 근거는 공단측이 차권구입가의 상한선을 내년부터 기존의 1만원에서 10만원으로 무려 10배나 대폭 인상해 주도록 문화체육부에 승인신청을 한 것이다.이는 경마의 베팅금 상한선과 같은 수준이다.
60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해놓고도 적자운영을 해야 하는 공단의 입장을 모르는 바 아니다.그러나 시작부터 이같이 수익을 올리는 데 급급한다면 경륜이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정착되기는 커녕 도박사들의 투기수단으로 전락,갈수록 사행심을 부추기게 될 것이란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또 공단이 내년부터 레이스 횟수를 지금의 하루 7레이스에서 15레이스로 대폭 늘릴 방침인데 이 역시 문체부 승인사항이라 두고봐야 할 일이다.
하지만 선수수급이 어려워 당초 10레이스를 하려다 7레이스로줄인마당에 내년 시즌부터 갑자기 15레이스로 늘린다면 선수들만혹사시켜 단명으로 끝나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라는 지적이다. 공단이 굳이 수익을 늘리기 위해서라면▲지방자치단체의 동시개최▲장외매장운영등 먼저 추진해야할 사업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따라서 상한선을 늘리는 문제도 단번에 터무니 없이 올릴 것이아니라 합리적인 선에서 연차적으로 인상하거나 잘 훈련된 선수들을 충분히 확보한 뒤 레이스 횟수를 늘려도 늦지 않다는 시각이지배적이다.우여곡절끝에 출범한 경륜을 도박장으 로 전락시키지 않는 지혜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鄭太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