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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 확보에 사활 건 지구촌 … 하버드대 학비 깎아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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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미국 하버드대가 서민층에 이어 중산층 가정 학생들의 학비도 대폭 깎아주기로 했다고 1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연 4만5600달러(약 4300만원)가 넘는 등록금 때문에 허덕대는 중산층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편, 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연소득 12만~18만 달러(1억1100여만~1억6700여만원) 정도인 중산층 가정의 경우 버는 액수의 10%만 학비로 내고 나머지는 하버드대에서 부담하게 된다. 연 18만 달러를 버는 가정은 그간 3만 달러 정도를 등록금으로 내왔다. 그러나 내년에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1만8000달러만 납부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체 학부생 중 3분의 1 정도였던 장학금 수혜자가 전체의 절반으로 늘어난다. 학부생 6600명 중 이번에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된 연소득 12만~18만 달러의 중산층 가정 출신은 763명(11.6%)인 것으로 집계됐다.

NYT는 이에 대해 "하버드대 등록금은 웬만큼 잘사는 학생들로서도 벅찰 만큼 비싸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런 조치가 취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버드대 안의 위드너 기념 도서관 앞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하버드대는 우수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산층 가정 출신의 학비를 대폭 깎아주기로 했다. [중앙포토]

그전에도 하버드대는 부자들만의 학교라는 선입견을 없애기 위해 서민층 학생들에 대한 장학금 혜택을 확대해 왔다. 2004년에도 당시 로런스 서머스 총장이 연소득 4만 달러(3700여만원) 이하인 서민층 학생들의 학비는 받지 않기로 했다. 2006년엔 학비 면제기준을 연소득 6만 달러(5500여만원)로 올렸다. 혜택 폭이 확 늘어난 것이다. 하버드대 측은 이 같은 지원정책으로 지난 3년간 저소득층 자녀의 진학률이 33%나 늘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NYT는 "하버드대가 학비 부담을 주립대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발표가 나오게 된 데는 미 의회의 영향도 없지 않다. 미 의회는 수년간 명문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률이 인플레 수준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로 인해 의회에서는 각 대학에 들어오는 기부금의 일정 부분을 반드시 장학금으로 돌리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미 대학 중 단연 최대인 연 350억 달러(32조6000여억원)의 기부금을 받는 하버드대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버드대의 획기적인 장학정책이 발표됨에 따라 다른 명문 사립대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NYT는 "예일.컬럼비아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장학금 수혜 폭을 늘리는 동시에 학자금 대출을 학비 지원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서도 하버드대의 맞수인 예일대는 다음달 중 학자금 지원 확대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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