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타임스(NYT)에 따르면 연소득 12만~18만 달러(1억1100여만~1억6700여만원) 정도인 중산층 가정의 경우 버는 액수의 10%만 학비로 내고 나머지는 하버드대에서 부담하게 된다. 연 18만 달러를 버는 가정은 그간 3만 달러 정도를 등록금으로 내왔다. 그러나 내년에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1만8000달러만 납부하면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전체 학부생 중 3분의 1 정도였던 장학금 수혜자가 전체의 절반으로 늘어난다. 학부생 6600명 중 이번에 직접적인 혜택을 받게 된 연소득 12만~18만 달러의 중산층 가정 출신은 763명(11.6%)인 것으로 집계됐다.
NYT는 이에 대해 "하버드대 등록금은 웬만큼 잘사는 학생들로서도 벅찰 만큼 비싸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 이런 조치가 취해진 것 같다"고 분석했다.
하버드대 안의 위드너 기념 도서관 앞을 학생들이 지나가고 있다. 하버드대는 우수 학생을 끌어들이기 위해 중산층 가정 출신의 학비를 대폭 깎아주기로 했다. [중앙포토]
한편 이번 발표가 나오게 된 데는 미 의회의 영향도 없지 않다. 미 의회는 수년간 명문 사립대의 등록금 인상률이 인플레 수준보다 훨씬 높았다는 점에 우려를 표명해 왔다. 이로 인해 의회에서는 각 대학에 들어오는 기부금의 일정 부분을 반드시 장학금으로 돌리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미 대학 중 단연 최대인 연 350억 달러(32조6000여억원)의 기부금을 받는 하버드대로서는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버드대의 획기적인 장학정책이 발표됨에 따라 다른 명문 사립대에서도 비슷한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인다. NYT는 "예일.컬럼비아 등 아이비리그 대학들이 장학금 수혜 폭을 늘리는 동시에 학자금 대출을 학비 지원으로 대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중에서도 하버드대의 맞수인 예일대는 다음달 중 학자금 지원 확대 계획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남정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