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망경>프로축구 40대감독 불명예下車 유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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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올 프로축구에 흥미를 더해줬던 40대 감독시대는 결국 막을 내리고 마는가.
시즌중반 조광래(趙廣來.대우).박성화(朴成華.유공)감독이 93,94시즌의 성적부진으로 인해 전격 경질된데 이어 26일 현대 차범근(車範根)감독마저 중도하차,올시즌 프로축구무대에서 꽃을 피웠던 40대 스타플레이어 출신 감독시대는 팬 들의 기억너머로 사라지게 됐다.
지난 91년 車감독이 현대사령탑으로 포진한뒤 92년 조광래.
박성화감독이 각각 대우와 유공에,그리고 93,94년 허정무(許丁茂).조영증(趙榮增)감독이 각각 포철과 LG 사령탑으로 가세함으로써 94프로축구무대는 일화 박종환(朴鍾煥)감 독을 제외한5개구단이 화려한 스타플레이어 출신의 40대감독으로 채워졌었다. 이들은 70년대 나란히 대표선수생활을 함께하며 한국축구의 전성기를 열었던 실전경험과 탄탄한 이론으로 중무장,한국프로축구에 새 바람을 몰고 올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이들은 선수로선 극히 보잘 것이 없었던 일화 박종환감독에게 한국 프로축구사상 첫 2연패의 영광만을 안긴채 「성적부진」이라는 불명예를 뒤집어쓰고 잇따라 퇴진하고 만 것이다.실제로 이들 퇴진감독들은 선수확보에 거듭 실패해온데다 선수관리.장악력에도 적잖은 문제점을 드러내 구단프런트와 자주 갈등을 빚어왔음은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들이 한결같이 지극한 애정으로 팀을 이끌어왔고 성실한 자세와 깨끗한 경기운영,공격적인 축구로 팬들의 관심을 다시끌어모으기 시작한 시점에서 성적에만 집착한 나머지,전격경질이라는 극한 처방을 쓴 것은 「달면 삼키고 쓰면 내 뱉는」한국적 풍토와 맞물려 왠지 설득력을 잃고 있다는 비난여론이 거세다.이들은 위장오더,심판매수,잦은 판정시비등을 불식시키는등 축구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는 것.
더욱이 임기가 보장된 계약기간중에 다만 성적부진의 책임만을 물어 아무런 예고없이 전격경질시키는 잘못된 관행은 시급히 시정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辛聖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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