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허형만(1945~ )
햇살 조금 빗물 조금
적당히 데불고
내 고향 순천을 찾아가던
그해 여름
죽어 시집간 누이의 치맛자락만
섬진강 푸른 물에 저녁놀로 떠서
서럽게 서럽게 흐르고 있었다
몇 천만 개의 잘 익은 꽈리를 터트려 놓은 것 같은 몇 천만 송이의 능소화를 불 질러 놓은 것 같은 그 여름의 노을이 시집간 누이의 치맛자락이었군요. 그것도 죽어 시집간 누이의 서러운 한이 순천만의 하늘에 울음을 토하고 있었군요. 서러운 영혼 하나 섬진강을 부여잡고 있었던 거군요. 눈물로 불어나는 섬진강이 흐르네요.
<신달자·시인>신달자·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