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현장에서>日오사카 시립미술관 李朝 문방구展 큰반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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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일본에서는 매년 10월초부터 11월말까지 단풍놀이가 이어지는모미지(紅葉)관광철을 맞는다.
이때를 맞춰서 전국 각종미술관.박물관에서도 가을철 특별기획전을 일제히 개최한다.
올해는 도쿄에서만 해도 도쿄(東京)국립박물관의 『중국 도자전』,네즈(根津)미술관의 『樂茶碗의 名品과 本藏茶碗 百選展』,세이카도분코(靜嘉堂文庫)미술관의 『茶 미술전』등이 열리고 있다.
이번 시즌에 특히 주목받은 전시는 지난 9월13일부터 시작돼이달 27일까지 열린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의 『李朝文房具展』이다. 이 전시회에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청빈 속에서 손때를 남기며 마음을 기울였던 필통.연적.지통.벼루.필가(筆架).필세(筆洗).묵상(墨床)등 도자기로 만든 문방구 1백10점이 소개됐다.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은 명품도자기 컬렉션으로 전설적인 이름을 남긴 아타카 에이이치(安宅英一)의 컬렉션을 계승해 세워진 것으로 매년 한차례 이상 한국도자기전을 개최해 왔다.
이번 특별전은 82년 개관 이래 19번째다.
일본내에 있는 조선시대 문방구도자기를 한데 모은 이번 전시회는 특히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의 한국도자기컬렉션 명성을 등에업은 명품들이 대거 선보여 관심을 끌었다.출품작 1백10점 가운데 43점은 이곳 미술관의 자체소장품이었다.
다섯개의 발톱을 가진 용이 새겨진 청화백자투각용문(靑華白磁透刻龍文)필통,청화백자매화문8각지통(紙筒),그리고 아무런 무늬없이 사각으로만 된 백자방형연적(白磁方形硯滴)등은 그것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함께 선보인 50여점의 개인소장품은 대부분이 이미 30~40년전에 발간된 도록(圖錄)에만 수록된 채 지금은행방을 알 수 없는 것들이어서 일본 고미술애호가나 전문가들의 탄성을 자아내게 하고 있었다.
고에츠카 요시조(肥塚良三)학예과장은 『문방구라는 작은 도자기를 통해 한국전통사회 속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던 선비문화를 일본의 일반관람객들에게 소개시켜 보자는 것이 기획의도였다』고 말했다. 따라서 전시장에선 용인민속촌의 사랑방 모습을 사진패널로소개하면서 곁들여 전시코너 한쪽 서탁 위에 지통과 필통,백자벼루가 고즈넉하게 얹혀있는 모습으로 사랑방의 정갈한 분위기를 재현,관람객들의 이해를 도왔다.
개관때부터 오사카시립동양도자미술관을 이끌어온 이토 이쿠타로(伊藤郁太郎)관장은 매년 한차례이상 한국도자특별전을 개최하는데 대해 『일본에 많이 소개된 한국도자기의 참멋을 제대로 알리고 나아가 한국도자사의 계통적 흐름 속에서 한국문화 전반을 이해할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그 의미를 밝혔다.
[오사카=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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