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낭패기>독일의 아우토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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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독일의 로맨틱 가도(街道)는 세계에서 가장 낭만적인 고성(古城)길로 유명하다.이 길을 마음껏 즐기려면 하루에 몇번밖에 운행되지 않는 관광버스를 이용하기보다는 시간적인 여유를 갖고 여러 곳을 둘러보는 렌터카 여행이 좋다.
특히 고성가도(古城街道)를 사이에 두고 뻗어있는 독일의 고속도로 아우토반은 무제한의 속도로 자유롭게 달리면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 만점이다.
사진작가 K씨와 시인 J씨는 독일의 아름다운 고성가도를 보기위해 뉘른베르크에서 차를 빌렸다.K씨는 마치 동화 속에나 나옴직한 절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싶었고 J씨는 한편의 서정시를 쓰기 위해 길을 서둘렀다.주변에는 마땅히 먹을 만 한 곳이 없다는 이야기에 간단한 스넥과 뉘른베르크의 통소시지,그리고 흑맥주를 구입해 차에 가득 실었다.
생각만큼 넓지않은 아우토반에 약간은 실망감이 앞섰으나 높게 솟은 성들이 그나마 위안이 됐다.J씨는 통소시지에 흑맥주를 마시며 여유롭게 운전했고 K씨는 셔터를 누르기에 바빴다.
한참을 가다 아우토반이 일방통행이라는 사실을 뒤늦게 안 두사람은 결국 방향감각을 잃고 말았다.어느 쪽으로 가야 고성가도의시작이고 끝이며,또한 숙소인 유스호스텔에 무사히 도착할 수 있는지 몰라 한참을 어리둥절해 했다.
『지나가는 차가 있어야 묻기라도 하지』라고 J씨가 중얼거리자K씨는 『아무래도 반대방향으로 가는 것 같으니 여기서 차를 돌리는게 낫겠다』고 말해 J씨는 좌우를 살핀 후 과감하게 핸들을돌렸다.그런데 어디서 나타났는지 경찰차가 차를 세우라며 뒤따라왔다. 겁도 나고 해서 일행은 경찰이 시키는대로 차를 갓길에 세우고 『우리는 관광객인데 이곳 지리를 몰라 미안하다』며 선처를 부탁했다.그러나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경찰은 손짓 발짓을동원해가며 잘 봐달라는 두 사람을 막무가내로 경찰서까 지 끌고갔다. 경찰서에서 조사를 하던 경찰은 두 사람 모두 술을 마신것 같다며 음주측정기를 들이댔다.불현듯 흑맥주를 마신 생각이 난 두사람은 『이젠 죽었구나』생각하고 고분고분 그들의 지시를 따랐다.측정 결과 다행히 음주 기준치를 넘지않아 별 문제는 없었지만 일방통행 위반금 20마르크(약1만원)를 내고서야 경찰서를 나올 수 있었다.
金延貞〈여행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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