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진국형 경제정책 버려야 세계화-기획원장관주재 원내토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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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임금을 한자릿수로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애를 쓰지만 그것은사실 허구를 추구하는 것입니다.』 『세계화냐 국제화냐하는 것은표현상의 문제에 불과하다는 생각도 듭니다.앞으로 세계화를 지향하며 취하고자 하는 정책과제와 수단들이 그동안 국제화란 이름으로 이미 다방면으로 추진되고 있지 않았습니까.』 『시장기능을 제고하고자 80년대 들어 공정거래법을 만들어 운영해 왔지만 내용적으로는 가격승인제와 같은 정부의 행정지도는 지금도 지속되고있습니다.제도보다는 의식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26일 오후 광화문 정부종합1청사 회의실에서는 이같은 목소리들이 쏟아져나왔다.홍재형(洪在馨)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 주재로 열린 「세계화추진을 위한 전략방향」이란 주제의 경제기획원 원내 토론회 자리였다. 이 자리에는 강봉균(康奉均)차관을 비롯해 실.국장과 한국개발연구원(KDI).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등 연구기관의전문가등 20여명이 참석했다.
KDI의 이규억(李奎億)부원장과 KIEP 김박수(金博洙)연구위원이 세계화 추진체계와 추진과제에 관해 각각 주제발표를 한 뒤 자유토론형식으로 벌어진 이날 회의에서는 신선한 아이디어가 많이 쏟아졌다.
우선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경제운영방식부터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경제운영계획을 발표할 때면 으레 한자릿수 임금이 따라붙는데,가능한 얘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7~8%성장을 지향하고 물가가 6%수준에 이르는 현실에서 어떻게 임금을 한자릿수로 억제할 수 있느냐는 반론이 제기된 것이다. 한마디로 경제정책이 정치논리를 벗어나지 못하는 대표적인 사례며,이같은 후진국형 경제운용방식을 벗어나는 일이 세계화를 위해 가장 시급하다는 목소리였다.
또 「세계화냐 국제화냐」의 용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그것을끌고가는 주체들의 의식과 자세가 중요하다는 고언(苦言)도 나왔다.공정거래법을 만들어놓고도 그런 제도가 없을 때와 같은 식으로 행정을 펴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로 지적됐다.
최근 거론되고 있는 세계화 추진과제를 경제쪽에서 들여다보면 이미 신경제 5개년계획과 국제경쟁력 강화방안에 들어있는 내용이대부분이라는 지적도 있었다.
약 4시간여에 걸친 열띤 토론을 마치고 나오면서 한 참석자는이렇게 말했다.『지금까지 올해를 국제화 원년(元年)으로 정하고각종 작업을 추진해왔는데 갑자기 세계화로 바꾸라니,무엇을 어떻게 하자는 것인지 혼란스럽군요.』 〈沈相福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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