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에서>세계화와 한국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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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세계화」라는 말이 요사이 부쩍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시드니선언에 의해 새로운(?)국정지표로 제시됐기 때문이다.
일반적 상식으로 세계화란 그 밑바탕에「휴머니즘」을 깔고있는 지구촌 공동체를 지향할 때 흔히 사용된다.반면 국제화는 내심 경제.문화등의 「경쟁」을 겨냥한 세계무대로의 진출을 함축하고 있다.따라서 세계화는 민족보다는 인류,승패의 경쟁 보다는 공존공영(共存共榮),각박함보다는 훈훈함이 풍기는 인도주의와 낭만을느끼게 한다.
정부당국자도 세계화는 국제화보다 상위 개념이라고 밝힌바 있지만 왠지 어감상으로도 세계화란 말이 훨씬 부드럽고 그럴듯하다.
그러나 세계화는 늘 민족이기주의.지역성(地域性)등과 상충적인 갈등을 빚게 마련이다.
세계성과 지역성의 일치는 그래서 아주 어렵고 까다로운 문제다.이 두 개념을 잘 일치시키고 있는 예를 우리는 로마 가톨릭의전통과 불교 화엄사상에서 찾아볼 수 있다.
보편교회와 지역교회로 나누어 민족.언어.풍속등에 적응하는 토착화( 土着化)를 인정하면서도 끝내는 하느님이라는 공동의 창조주 아래 하나가 되는 일치를 도모하는게 가톨릭 신앙의 전통이다.이러한 모델은 1천년동안 유럽에서 계속 이어지면서 유럽연합(EU)과 같은「다수로 이루어진 하나」(E Pluribus Unum)를 만들어냈다.
불교에서도 모든 존재의 근원을 하나로 보고 많으면서 하나고,하나면서 많은(多卽一 一卽多)현상학을 강조한다.
국정지표로 제시된 세계화의 개념과 실체.구체적 실천덕목들이 아직도 모호한 채 손에 딱 잡히질 않는다.현지인(現地人)사장을채용한 기업의 토착해외 현지법인이 그 실체의 하나일 것같을 뿐이다. 세계화에는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이 하나 있다.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일 수 있다는 점을 명심,고유의 정체성(正體性)을 잃지않는「다양성속의 일치」가 돼야 한다.
〈편집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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