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취재>修能 총점-고교 교실에 일어난 변화바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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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지난주 서울 H고 2학년 한 교실의 정치경제 수업시간.
요즘 한창 신문지면을 장식하고 있는 「세계화」를 주제로 미숙하나마 진지한 토론이 벌어졌다.
담당교사로부터 미리 발표자로 지목된 金모군이 세계화가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신문기사를 읽고 정리해온 내용을 발표하자 「외국어 교육 강화」등 이에 대한 대비책이 다른 학생에 의해 제시됐다. 또 다른 학생이 일어나 『국제적 시각을 가질 수 있도록 교과서가 개편돼야 한다』는 요지의 의견을 내고 현행 교과서의 「非국제성」을 비판한다.
담당교사는 아직 이같은 수업방식에 익숙하지 못한 학생들이 주제의 핵심을 벗어나 엉뚱한 논전에 빠질 때 「교통정리」를 하고마지막에 보충설명과 함께 총평을 하는 것으로 수업을 마무리했다. 매시간 토론식 수업이 진행되는 건 아니지만 H고에서는 지난해 수능시험 실시이후 과목별로 가끔씩 이같은 유형의 새로운 수업방식이 시도됐다.
예컨대 국어시간에는 미리 선정한 책을 읽고 와서 독후감을 쓰고 서로 돌려 읽는가 하면 며칠전 지리시간에는 「크로아티아 사태의 원인과 추이」에 대해 미리 조사해 온 내용을 발표하고 토론을 벌였다.
요즘 고등학교 교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지만 의미있는 변화중하나다. 대부분의 고교들이 가장 신경을 많이 쏟고 있는 것은 독서지도.
학교마다 권장도서목록을 선정,학생들에게 읽게 하고 있으며 서울의 한 고교에서는 보충수업시간중 한시간을 독서시간으로 지정,아예 교과서.참고서는 책상에 꺼내지 못하게 하고 있다.
서울 K고 朴모교사(국어)는『교사들도 판에 박힌 입시 참고서에만 얽매이지 않고 신문사설과 관련분야의 기사를 스크랩 해뒀다가 교재로 활용하는 분위기로 바뀌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수능시험의 이상과 교육현장의 현실과는 많은 괴리가 있다는 교사들의 반론 또한 만만치 않다.
『45~50명 배치된 콩나물 교실에서 토론식 수업과 실험실습교육은 불가능에 가깝다』거나『20여개 과목으로 세분되고 온갖 것이 백화점식으로 나열돼 깊이는 없이 페이지수만 늘어난 교과서도 그렇고,학력고사 시절과 별 차이 없는 곱과과정 도 수능체제에 걸맞게 개편돼야 한다』는 것 등의 주문이 적지 않다.
〈芮榮俊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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