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암시장 확산 가격구조 흔들-쌀값 국영상점과 312배차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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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북한의 식량.물자난이 극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가운데 북한 전역에는 최근 국영상점의 공식 물건값과 이른바「장마당」(또는 농민시장)으로 불리는 일종의 암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간 격차가 갈수록 벌어져 경제의 왜곡현상이 심화되고 있 음을 반영하고 있다.
내외통신에 따르면 국영상점에서 ㎏당 8전인 쌀 가격이 장마당에선 정가의 3백12배에 해당하는 25원에 거래되고 있고,국영상점에서 정가가 17전인 계란은 17배가 넘는 3원에,1원짜리양말은 40원에 팔리고 있다.
북한의 시장구조는 크게 국영상점과 장마당이라고 부르는 암시장으로 나눠 볼 수 있다.
국가가 운영하는 국영상점은 평양의 백화점과 지방도시의 종합상점.직매점,그리고 각 지역의 이.동 단위 소매상점등으로 다시 나눠진다.
또 이같은 국영상점은 판매 물품에 따라 남새(채소류)상점,공산품상점,수산물 상점등으로 세분돼 있어 주민들은 구매카드에 따라 할당된 물품만 구입할 수 있다.또 TV.냉장고.시계등 특수상품은 상점에서 살 수 없고 직장에서 할당받은 사 람만 살 수있다. 따라서 북한 주민들은 국영상점에 없는 물품이나 긴급히 필요한 생활용품은 10일에 한번씩 서는 농민시장이나 장마당에서구입할 수 밖에 없다.
사회주의 계획경제를 추구하는 북한 체제에서 상품의 가격은 원칙적으로 시장이 아닌 국가의 가격제정중앙위원회가 정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장마당이 국가가 운영하는 국영상점을 제치고 실질적인 물자 유통기구로 자리잡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는것이다. 북한 사회에서 암시장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당국에 경제 정책이 있으면 인민에게는 대책이 있다』는 유행어를 꼽을 수 있다.여기서 인민의 대책이란 암시장을 지칭하는것이다.한마디로 북한당국이 아무리 국가권력을 동원해 국 민경제를 틀어 쥐려해도 인민의 자발적인 경제유통 조직인 암시장만큼은어쩔 수 없다는 풍자인 셈이다.
북한 암시장의 작동 원리는 자본주의 지하경제 원칙과 똑같다.
모든 경제활동이 정부 통제밖에서 이뤄지고 있으며 철저한 수요.
공급 원리와 수익률에 따라 움직인다.
북한 암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거래 폼목은 美 달러.일본 엔貨등 외환이라고 한다.일단 손에만 쥐면 최고 50배에 가까운마진율을 보장하기 때문이다.
북한의 대외무역은행이 고시한 달러당 북한원화의 교환비율은 1달러에 2.16원 수준이다.반면 북한 암시장의 실질 교환 비율은 1달러에 1백10원이다.따라서 1달러를 암시장에서 바꿀 경우 최소 1백원의 차액을 남길 수 있다.
김일성(金日成)대학 교수 월급수준이 1백50~2백원인 것을 감안할 때 달러는 엄청난 이윤을 보장해주는 고수익 상품인 셈이다.지난 90년초 연형묵(延亨默)총리가 갑작스럽게 해임된 것도延총리 부인이 외환 부정 사건에 연루된 배경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암시장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평양 외곽에 위치한 송신시장이다.지난 89년 11월 동독 유학중 망명해 온 전철우씨는 최근 자신이 펴낸 책에서 송신시장에서는 야채.계란등 각종 농산물외에도 함지박을 파는 아줌마를 뚜쟁이로 한 매춘( 賣春)도 이뤄지고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최근에는 국경을 넘나드는 중국교포 보따리장수들이 북한 전지역을 누비고 다니며 가져간 옷.잡화등을 팔고 골동품류를 구입해 해외로 반출하는등 또하나의 이동시장으로 톡톡히 한몫하고 있다고전해지고 있다.
〈崔源起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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