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를찾아서>"독재와 민주주의의 사회적 기원"-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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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이 책은 사회과학이론에 대한 기여라는 일반적인 면보다 한국사회의 근대화 전반에 대한 역사적 해석과 이에 대한 평가에 있어중요한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특히 더 중요한 시사를 주고 있다.
우리에게 있었던 두번의 근대화의 계기,즉 조선말 세계와의 첫대면 시점과 해방후 자본주의 산업화의 근대화에 있어 무어의 문제의식과 이론들이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아주 설득력이 있다.
첫번째 시기에 대해 우리는 그의 계급분석과 권력관계,사회구조,농업의 상업화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우리가 내적으로 어느정도의근대화를 추진할 조건에 놓여 있었는가를 추적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주의가 해체되고 북한이 위기에 처해있는 오늘에 있어 두번째 시기는 더욱 중요하다.분단후 남한과 북한은 각각 완전히 다른 근대화의 경로를 실험하였다.
누가 성공하였고,그 과정에서 누가 「인간적 비용」을 덜 들였는가 하는 문제를 우리는 이제 학문적으로 묻고 대답할 시기가 된 것이다.
지금 우리는 사회주의체제의 해체이후 보다 객관적 시각을 통해남한과 북한의 체제를 비교하고 이들이 선택한 근대화의 과정과 이 선택의 결과들을 해석하고 평가하는 과제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분단된 체제하에서의 상이한 경로를 통한 근대화의 전략.과정,「인간적 비용」과 그것의 결과는 19세기말 시작된 근대로의이행부터 식민.분단.전쟁,두가지의 근대화,그리고 민주화와 통일에 이르기까지 현대 한국을 어떤 일관된 수준높은 분 석들에 의해 다루어야 할 시점이다.
오늘날 이러한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 할 것이다.
그는 『한 나라가 선택한 근대화의 방법은 그 뒤를 쫓는 다른나라들이 만나는 문제의 차원을 변화시킨다』며 근대화의 타이밍을매우 중요시한다.
이는 베블런(Thorstein Veblen)이나 게르셴크론(Alexander Gerschenkron)의 문제의식이기도 하다. 이것 역시 후발산업화를 실시한,오늘날 그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불리는 한국을 탐구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의식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다 무어가 보지않은 다른 후발,또는 후후발 산업화국가들과 비교할 수 있다면 우리는 한국의 근대화에 대한 보다 객관적이고 총체적인 이해를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이 책은 85년 진덕규교수의 번역(까치刊)으로 국내에 소개됐다.
『테러와 진보』(54년),『자본주의와 사회주의에서의 권위와 불평등』(87년)에서도 무어는 스탈린주의에 의한 근대화가 이념적 주장이나 명분과 관계없이 얼마나 인간들을 고통속으로 몰아넣었는지를 비판한다.
그는 스탈린혁명을 『인간이 만든 재난』이라고까지 비판한다.
그것은 민중의 복리를 증진시키고 삶을 안녕시키는 것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었던 것이다.
우리는 우리문제를 보는데 있어 그의 이 지적을 경청할 필요가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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