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재계 사이에 상당한 의견차를 보였던 고용보험 적용대상과 보험료율이 25일 결정됐다.이제 7개월 뒤로 닥친 실업급여 등 고용보험제도의 도입은 기업의 노무(勞務)관리와 경영은 물론 취업패턴 등 국민생활에도 상당한 변화를 예고 하고 있다.
선진 복지사회로 가기 위해 거쳐야 할 과정의 하나인 고용보험제도 도입의 의미와 업계에 미치는 영향,반응 등을 집중취재했다.
앞으로 7개월 뒤부터 고용보험이 실시되면 기업들은 적지 않은부담을 지게 된다.
우선 직장을 그만둔 뒤 받게 될 실업급여가 이뤄지려면 기업주나 근로자가 각각 임금총액의 0.3%를 부담해야 한다.고령자고용촉진 장려금이나 육아휴직 장려금 같은 고용안정을 위한 급부금의 재원은 기업이 전부 부담(임금총액의 0.2%) 해야 한다.
근로자의 직업훈련.교육 등 능력을 개발해 주는 사업을 위해서도 기업은 기업규모에 따라 임금총액의 0.1~0.5%를 내야 한다. 이같은 기업의 부담을 93년 임금을 기준으로 어림잡아 계산하면 근로자 1명씩에게 기업의 규모에 따라 적게는 매달 2천6백원에서 많게는 1만1천원까지를 내야 한다.
이같은 기업의 부담 때문에 고용보험을 단계적으로 확대해 시행하자는 중소기업중앙회 등 사용자단체와 처음부터 명실상부하게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한국노총 등 노동계 사이에 의견차가 있어왔다. 상공자원부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노동부의 초안을 상당히 누그러뜨린 안을 내놓아 여러 차례 협의 끝에 두 안을 절충하는 선에서 합의했다.
그러나 고용보험제도의 핵심인 실업급여는 노동부의 초안대로 관철됐다. 정부는 중소기업경영주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충분히 고려했으며 직업훈련 의무사업장을 현행 근로자 1백50명이상에서 1천명이상으로 기준을 높이는 등 갑자기 기업의 부담이 늘어나지 않도록 배려했다고 밝혔다.
선진사회를 향해 가야 할 길이지만 어쨌든 기업의 입장에서는 부담이 늘어나게 됐다.따라서 기업들은 경영합리화를 위해 정리해고를 활용하는 등 노사관리를 그전보다 깐깐하게 해 나갈 것으로전망된다.
일단 입사하면 본인이 자발적으로 나가지 않는 한 거의 정년까지 일해 온 「온정주의적」 노사관계가 고용보험이 시행되면 실업급여를 받는 등 사회보장 차원에서 재취업대책이 마련되기 때문에정리해고에 따른 기업측부담은 줄게 된다.기업들은 고임금.인력난에 따라 자동화설비를 늘리고 있으며 산업구조를 조정하면서 새로운 경영방식을 도입하고 있다.따라서 잉여인력이 발생하게 되고 정리해고의 필요성이 커지리라는 게 노동문제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부산 극동사무가구의 강호중(姜浩重) 사장은 『고용보험제도의 취지는 좋지만 국민연금.의료보험.산재보험료 등 그렇지 않아도 부담이 큰 판에 이 제도의 강행 결정으로 중소기업은 더욱 어렵게 됐다』고 걱정했다.
중소기업중앙회 김청성(金淸盛) 조사부장은 『우리가 당초 주장한 종업원 1백50명이상 업체로 결정되지 않아 아쉽지만 복지국가로 가는 길목에서 어느 정도의 기업부담은 불가피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梁在燦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