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속에내일이있다>5.창의성이 성공하는 사회건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의 세계화구상중「창조성이 성공하는 사회건설」항목은 기독교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에 철학적인 기반을 두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수년간 국가경쟁력 강화방안을 연구해온 한국경제연구원의 정진호(鄭鎭鎬)선임연구원은 이 구상이 교황의 교시에 나타난 기독교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한다.
교황 바오로 2세는 80년대말『행동하는 인간이 인류의 발전을이룬다』고 교시했다.
공공정책 연구를 위한 미국기업연구소장인 마이클 로벅박사는 지난해 기업윤리학회지의 기고를 통해 이 교시에 대한 주해를 달았다.「행동하는 인간」이란 곧「창조적인 사람(Creative Person)」을 의미한다는 해석이다.인간은 신의 창조성에 버금가는 창조정신을 가진 유일한 동물이며 따라서 전략정신을 가진 창조적인 인간 또는 창의적인 조직만이 발전을 진행시킬 수 있다는 의미였다.대통령의 구상이 鄭연구원의 설명처럼 로벅박사와 같은 해석에 기반을 두고 있는지는 확실 치 않다.
그러나『경쟁력의 원천은 인간의 창의성에 달려있다.창조성이 살아있는 사회를 건설함으로써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 구상의 본질이라 보면 같은 맥락으로도 이해할 수 있다.
창의성이 살아있는 사회에서 경제주체들의 역할과 활동은 기존 지도개발경제체제와는 매우 달라진다.
지도개발체제에서는 정부가 지원과 규제를 동시에 하고 기업과 가계는 수동적인 입장이 된다.
하지만 창조적 사회에서는 개별 경제주체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판단하며 그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한다.기업이나 개인이 새사업에 참여하든 말든 그것은 자율에 맡겨진다.물론 도산이나 실패할경우 책임은 사업주체가 져야 하며 과거처럼 정부 가 떠맡지는 않는다. 따라서 정부는「지시나 통제」보다는「조정과 합의」에 무게를 실어야 한다.
창조적인 사회에서는 또 정보의 중요성이 강조된다.정보가 창조의 유무 또는 크기와 직결되기 때문이다.중앙집중적이던 정보의 보유나 흐름이 분산화되는 것이 특징이다.과거에는 정부가 많은 정보를 갖고 이를 민간에 흘려주고 통제했다.그러나 창조적 사회에서는 민간이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된다.민간이 스스로 정보를수집,세계변화의 추세를 예감하고 전략적으로 대응하되 그 결과에대한 책임 역시 스스로 져야한다.
그렇다면 이런 의미로 해석되는「창조성이 성공하는 사회건설」을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나.
대우그룹 기조실 김우일(金宇鎰)이사는『정부의 규제완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제시한다.창조성있는 사회에서는 정부의 창조성보다 민간의 창의성이 보다 중요하다.민간의 창의성은 곧 기업의 창조성과 직결된다.
金이사는『세계시장의 제품사이클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창의성 없는 기업은 이제 생존이 불가능하다』며『기업의 아이디어가 경쟁력강화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가 해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그는『그동안의 노력으로 법률 .제도상의 규제는 어느정도 해제되었으나 담당자의 자의적인 해석에 따른 규제는 더 늘었다』고 지적,『이의 해제를 위해서는 정부관계자 의식의 국제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통령비서실 세계화 담당자의 해석도 이와 비슷하다.이 담당자는『金대통령이 강조한 창조성은 생산성과 연결된다』고 설명했다.
그는『따라서 정부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서는 정부조직에도 민간의코스트개념이 도입될 것』이라고 밝혔다.그래서 정 부조직개편.인력조정및 재배치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는 의미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와함께 민간의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율적인 참여움직임도 중요한 것으로 지적됐다.주부의 경우 기존 주먹구구식 소비생활을답습할 것이 아니라 창의적인 아이디어의 창출을 통해 가구단위의생산성을 향상시키지 않으면 역시 국제화시대에 생 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창의성이 성공하는 사회건설」을 위해서는 아이디어의 기업화와 생산성 향상을 촉진할 수 있도록 내부규범및 조직을 정립하고 정부와 민간의 자율적인 의식개혁운동이 펼쳐져야 한다는 이야기다. 〈趙鏞鉉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