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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방탄조끼 입고 ‘굳히기’…鄭·昌, 맨몸으로 ‘뒤집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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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SUNDAY

8일 주말 유세의 격전지는 거대 표밭이자 한나라당의 아성인 영남과 대통합민주신당의 강세 지역인 호남이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는 이날 고향인 경북 포항과, 현대그룹 재직 시절 오랜 시간을 보낸 울산, 경주를 순회했다. 포항역 유세에서 이 후보는 “이 자리에 서기까지 수많은 난관을 거치면서 쓰러지지 않고 올 수 있었던 것은 여러분의 사랑과 절대적인 지지 때문”이라며 “12월 19일 압도적인 승리를 이뤄내 고향에 다시 오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세계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힘들다’ ‘할 수 없다’고 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도 할 수 없다”며 “대통령이 된다면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우리나라 경제 하나는 반드시 살려놓겠다”고 강조했다.

이 후보는 경주역 유세에서 강화도 총기 탈취 사건을 염두에 둔 듯 “요즘 세상이 시끌시끌해서 많은 사람이 저에게 유세를 다니지 말라고 하지만 포항, 경주, 울산은 고향이어서 왔다”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오전 총기 탈취의 범인이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한나라당 당사에 전화를 걸어 테러 위협을 한 일까지 벌어지면서 이 후보의 경찰 경호팀은 기관단총이 든 가방과 방탄판 등을 들고 근접 경호를 펼쳤다. 이 후보도 방탄조끼를 입었다.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는 이날 경기도 광명 등 수도권과 대구를 잇따라 찾아 막판 뒤집기를 위해 총력을 기울였다. 정 후보는 방탄조끼를 입지 않은 채 유세를 벌였다. 후보 등록 이후 처음으로 한나라당의 ‘심장부’인 대구를 찾은 정 후보는 기자간담회와 동성로 유세에서 “이 정부가 검찰을 국민의 품으로 돌려보냈는데 대선을 코앞에 두고 유력 주자에게 줄을 서버렸다”고 BBK 수사 결과를 비판했다.

그는 특히 “상식을 배반한 수사 결과에 대해 청와대의 분명한 입장 표명을 요구한다”며 “국민의 63%가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를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 청와대가 검찰에 대한 직무감찰권을 행사해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 후보는 “지조와 자존심의 고장인 대구·경북은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불같이 일어난 의로운 지역”이라며 “대구·경북의 뚝심과 정의로 수구·부패동맹의 검은 의혹을 깨뜨려 100만 표를 득표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말했다.

정 후보는 오전에는 해병 제2사단을 찾아 지난 6일 강화도에서 야간작전을 수행하던 중 괴한에 의해 숨진 고(故) 박영철 상병(1계급 추서) 영결식에 참석해 유가족을 위로했다. 해병 2사단은 정 후보의 둘째 아들이 복무 중인 곳이기도 하다.

광주를 찾은 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 대통령을 만든 여러분의 손으로 이제 세 번째는 저 이회창을 대통령으로 만들어 달라”고 호소했다. “여러분을 보니 가슴이 퍽 조여온다”며 유세를 시작한 이 후보는 서석초등학교를 다녔던 일과 광주 인근 창평이 자신의 외가라는 점 등을 언급했다. “사랑하는 광주시민 여러분”이라는 말도 수차례 반복하며 호남과의 인연을 강조했다.

그는 특히 “돈만 알고, 능력만 있으면 된다는 천박한 생각으로 성공한 사람이 부끄러운 나라, 그리고 서민이 희망을 가질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겨냥했다.

이어 모교인 광주 서석초등학교를 찾은 그는 학교 구령대에 올라가 “5학년 2학기 때 대대장으로 이곳에서 구령을 했다”면서 큰 목소리로 구령을 외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방탄조끼를 입으라는 참모진과 경호팀의 건의를 “죽고 사는 것은 어차피 하늘의 뜻”이라며 거부했다.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홍익대 앞 카페에서 대학생들과 대담한 뒤 광주로 내려갔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이틀째 제주를 방문했고 민주당 이인제 후보는 곡성, 구례, 순천, 여수에서 주말 유세를 벌였다.

한편 신당 정동영 후보와 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의 단일화 협상은 원점으로 돌아갔다. 문 후보 선대위는 8일 공식 논평에서 “(TV)공개토론이 무산된 만큼 (후보단일화는) 원점에서 재검토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범여권은 분열된 상태로 이번 대선을 치르게 될 가능성이 매우 커졌다.

정 후보는 그러나 이날 대구 기자간담회에서 “단일화의 조건·방법·절차는 티끌보다 못한 것으로 대의를 위해 함께해야 한다”며 일말의 기대를 표시했다. 

강주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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