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궁·난소 등 부위별 치료 국내 첫 도입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9호 14면

앞줄 왼쪽부터 박종섭 교수, 남궁성은 교수, 배석년 교수, 뒷줄 왼쪽부터 이성종, 조현정, 배정훈, 한찬희 임상강사, 정성희 산부인과 종양전문 간호사. [신인섭 기자]

“자궁경부암의 정복이 현실로 다가왔습니다. 어머니는 정기검진을 받고, 딸은 예방 백신을 맞아 이 암의 위험으로부터 보호받게 됐습니다.”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부인암센터

가톨릭대 의대 강남성모병원 박종섭 부인암센터장은 검진과 백신이라는 두 가지 무기를 잘 쓰면 1990년대까지 부동의 여성암 1위였던 자궁경부암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암은 한때 공포의 병이었지만 원인이 밝혀지고 진단기술이 발달하면서 암 이전 단계에 발견해 완치하는 비율이 늘고 있다.

하지만 박 센터장은 “아직도 현실은 이를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아직도 한 해 4300여 명이 발병 이후에 자궁경부암을 발견하고 1700여 명이 이 병으로 숨진다.

박 센터장은 “모든 여성이 매년 1회 검진을 받으면 암 발병 전이나 초기에 진단할 수 있다”면서 “국가에서 2년에 한 번씩 무료검진을 하고 있지만 홍보가 제대로 안 돼 있어 조기진단율이 썩 높지 않다”고 우려했다. 게다가 낮은 검진비 때문에 전문 기관에서는 검진에 적극적이지 않아 보건소에서 주로 검진하는데, 많은 여성이 가기를 꺼리고 오진율도 높다고 한다.

자궁경부암은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일으키는 일종의 성병이다. 최근에는 첫 성경험 연령이 낮아지면서 35세 이전에 발병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 또 60대 이상 여성이 이전에 HPV에 감염됐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바람에 암 환자가 되는 경우 역시 증가하고 있다. 따라서 검진 연령을 확대해야 한다고 박 센터장은 강조한다.

이 센터의 ‘어른’인 남궁성은(가톨릭의료원 의무원장) 교수는 “올 6월 국내 허가된 자궁암 백신은 암과의 전투에서 처음 선보인 효과적 예방법이므로 선진국처럼 대상 연령을 확대하고 보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에서는 올봄부터 12~26세 여성에게 무료로 접종하고 있으며 영국·프랑스·독일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백신이 9~26세만 접종하는 것으로 허가가 났다.
이 센터는 부인암과의 전쟁에서 ‘뿌리 깊은 나무’로 통한다.

70년대 초 김승조 교수가 국내 산부인과 최초로 항암치료를 했고 당시 만연했던 융모상피암(태반의 융모막이 변해서 생기는 암)을 격감시키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94년 HPV가 자궁경부암을 일으킨다는 사실을 국내에 소개했다. 또 국내 최초로 자궁암 검진 모델, 자궁경부 확대 촬영기, 한국형 자궁경부암 수술법 등을 선보였으며 세포검사 자동화 시스템을 개발해 자궁경부암 진단율을 기존의 40~80%에서 95%로 올리기도 했다.

2000년에는 남궁 교수가, 자궁경부암 세포가 림프선을 따라 이동하는 경로를 알아내 수술 중에 암의 진행 정도를 예측하는 방법을 국내에 소개해 치료율을 높였다. 박 교수는 HPV가 인체에 침투해 면역시스템에 발각되지 않는 이유를 밝혀내 ‘저널 오브 바이올로지컬 케미스터리’에 발표하기도 했다.

이 팀은 국내 처음으로 부인암을 세분화해 치료하기 시작했다. 현재 남궁 교수, 박 교수와 안웅식·김진우 교수가 자궁경부암을 맡고 있으며 이준모 교수는 난소암, 배석년 교수는 융모상피암 치료에서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남궁 교수는 “매일 오전 7시에 모여 부인암 치료 및 연구와 관련한 유명 논문에 대해 검토하고 환자들의 향후 치료 방향에 관해 논의한 뒤 각자 일과에 들어간다”며 “매년 세계 권위지에 20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팀은 자궁경부암 치료백신을 유산균과 함께 먹는 것, 자궁경부암 초기 단계에서 스
프레이나 연고를 통해 치료하는 방법의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일본 도쿄(東京)대와 공동연구를 진행한다.

박 센터장은 자궁경부암은 조금만 주의하면 막을 수 있는 병이라고 강조했다.

“자궁경부암은 다른 암과 달리 3차의 예방이 가능합니다. 1차 예방은 백신 접종, 2차 예방은 암 전(前)단계에서 발견하는 것이며 3차 예방은 가급적 빨리 발견해 완치율을 높이는 것입니다. 여성이 조금만 자신의 몸에 신경을 쓰면 자궁경부암으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