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된 기적은 우리 마음속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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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호 14면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은 ‘파프리카’ ‘천년여우’를 만든 곤 사토시 감독의 애니메이션이다.
전작들에서 꿈속으로, 혹은 흘러간 영화 속으로 여행을 떠났던 그는 이번에는 현실로 돌아와 눈 내리는 도쿄 시내를 노숙자들과 더불어 방랑한다.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이 현실은 곧이곧대로의 현실은 아니다. 화려한 도쿄의 가장 낮은 곳을 헤매면서도 그는 보도블록 틈새와 쓰레기 더미 사이에서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오르는 기적의 순간들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도쿄, 쓰레기를 뒤지던 세 명의 노숙자는 어린 아기를 발견한다. 티격태격하면서도 함께 다니는 그들은 허풍이 센 중년 남자 긴과 한때 가수였던 여장남자 하나, 가출한 십대 소녀 미유키다.

엉겁결에 아기를 키우게 된 노숙자들은 아기에게 기요코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언제나 엄마가 되고 싶었던 하나의 주장에 따라 아기 부모를 찾아주기로 결심하지만 그 여정은 쉽지가 않아 이들은 영문 모를 총격전과 납치극에 휘말리게 된다.

서부영화의 명인인 존 포드의 ‘세 명의 대부’를 모티브로 삼은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은 어찌 보면 원제 ‘도쿄 대부(東京代父)’보다 잘 어울리는 제목인 듯하다. 우연히 주운 아기 때문에 세 명의 ‘대부’들에겐 제각기 그들에게 필요한 기적이 찾아오기 때문이다. 가족을 버리고 떠난 그들이 기요코에게 부모를 찾아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기도 하고, 온갖 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거기에서 탈출할 수 있는 것도 기적이다.

진짜 기적은 그들이 스스로와 대면하는 순간이다. 비겁하게 책임을 회피한 가장 긴, 못생겼다고 타박 받아 꿈마저 포기해 버린 하나, 상처받은 마음을 숨기기만 했던 미유키. 그들은 기적 같던 크리스마스가 지나면 떠나왔던 그 순간에서부터 다시금 삶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사진으로 찍어 스케치로 재구성한, 실사의 느낌을 지녔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눈 내린 도쿄 거리가 그 기적을 따스하게 보듬어 전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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